대통령실 “尹 킬러문항 배제 지시, 갑툭튀 아니다”

입력 2023-06-20 06:56 수정 2023-06-20 09:4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이른바 ‘수능 킬러 문항’을 문제 삼은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이미 3개월 전에 킬러 문항을 제외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교육당국에 내렸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0일 수능 킬러 문항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언급은 ‘갑툭튀’가 전혀 아니었다”며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차원”이라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미 3개월 전 예고했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수능 출제를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3월 28일 발표한 시행 계획에서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을 출제할 계획”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평가원의 이 같은 언급이 윤 대통령의 지시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6월 모의평가에 또다시 킬러 문항이 등장했고,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이 이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평가원이 언급한 출제 기준이 그동안 ‘상투적인 구호’에 그쳤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평가원이 언급한 대로 실제 수능 문제가 학교 교육 과정 수준에서 출제돼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후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정정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수능 킬러 문항과 관련해 “수십만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6월 모의고사에서 킬러 문항이 또다시 등장하자 지난주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전격 경질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9월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비문학 국어 문제와 교과 융합형 문제 등 복잡한 킬러 문항을 빼라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