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쇼’까지 하더니… 끝내 거짓 드러난 ‘수제 쿠키’

입력 2023-06-20 00:03 수정 2023-06-20 09:59
온라인에서 1.8kg에 9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대용량 쿠키(왼쪽)와 A 제과 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수제 초코 쿠키(오른쪽)을 비교한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공장에서 만든 대용량 쿠키를 사 ‘수제 쿠키’라고 속여 되팔아 온 업자가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 끝에 결국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수제 제작품 등을 주로 유통하면서 판매자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유통 플랫폼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아이디어스’에 입점한 A업체는 지난 17일 작가 페이지에 올린 공식 사과문을 통해 “초코칩 쿠키 사입 논란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수제’라는 타이틀을 걸고, ‘수제인 척’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안일하게 생각하며 소비자분들을 기만한 것에 대해 깊이 사죄드리는 마음”이라며 “해당 논란에 대한 불찰을 인정하고, 쿠키가 포함되어 판매된 답례품 제품은 환불 조치해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A업체의 초코칩 쿠키 문제는 한 소비자가 지난 15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공장 쿠키를 수제 쿠키라고 판매하는 디저트 가게’라는 글을 통해 처음 제기했다.

글 게시자 B씨는 A업체가 판매하는 8개입 수제 초코칩 쿠키 10세트를 1만8000원에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받아본 상품은 직접 만든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B씨는 “샘플을 먹어보고 수제가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며 “다른 분이 올려준 시중 쿠키 사진과 똑같아서 검색해보니 다른 업체의 대용량 쿠키라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의심이 가는 시중 판매 초코칩 쿠키를 직접 사서 A업체 쿠키와 비교한 사진도 함께 게재하고는 “모양과 크기가 거의 흡사하고, 맛과 식감은 완전히 똑같았다”고 지적했다.

B씨가 언급한 쿠키 제품은 현재 온라인에서 1.8㎏ 대용량 기준 최저가 9000원대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업체 측에도 문제를 제기하며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수제 쿠키가 맞는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직접 쿠키를 만드는 사진을 공개하며 B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A 제과 업체가 공개한 수제 쿠키 제작 과정.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그러나 A업체가 공개한 제작 과정 사진은 오히려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완성된 쿠키와 굽는 과정의 쿠키의 초코칩 위치가 너무 다르다거나, 완성된 쿠키를 엎을 때 오븐 팬이 너무 깨끗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사진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누리꾼들은 대용량 쿠키 판매처에 A제과 업체로 추정되는 구매 후기를 발견해 내기도 했다.

해당 업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아이디어스 측은 신뢰 센터를 통해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업체 주장이 거짓이라는 게 드러났다.

A업체는 그제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아이디어스는 이에 댓글을 달아 “A제과 업체가 제작 과정을 거짓으로 꾸며낸 것을 확인했다”면서 “그 즉시 해당 업체를 퇴점 처리하고 사입 제품에 대한 환불 조치를 결정했다. 추가적인 법적 사후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이디어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거짓 수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를 걸러내지 못한 플랫폼 측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용자들은 “수제품 판매 플랫폼인 아이디어스가 판매자 검증을 제대로 했어야 한다” “수수료를 받는 만큼 플랫폼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진짜 수제품을 파는 판매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아이디어스 신뢰가 떨어져 계속 이용해야 할지 고민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