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예정에 없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으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당 안팎에서 지속된 ‘방탄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 말미에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는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을 휘두르며 방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집권 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재명을 다시 포토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불체포특권 포기는 언론에 사전 배포한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 대표의 ‘깜짝 발언’은 당 쇄신을 이끌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본격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방탄 논란을 불식시키고 리더십 위기도 잠재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과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부실해 추가적인 영장 청구가 쉽지 않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더라도 구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검찰 쪽 얘기를 들어보면 백현동이나 정자동 사건 수사도 확실한 물증을 확보한 것 같지 않다”며 “이 대표가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해도 영장은 바로 기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윤석열정부의 지난 1년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됐다”면서 “윤석열 정권은 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을 포기했고 국가 그 자체인 국민을 포기했다. 그야말로 ‘5포 정권’, 국민 포기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또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에만 몰두하는 윤석열 정권을 두고 ‘압·구·정’ 정권이라는 비난이 결코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국민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검찰은 ‘우리’ 대통령을 지킨다며 국민을 향해 쉼 없이 칼을 휘두른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이 대표의 연설을 들은 뒤 기자들과 만나 “일단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에 따라서, 그 절차 내에서 행동하겠다는 말씀은 기존에 하셨던 말씀보다는 좋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면서도 “다만 그걸 어떻게 실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특권 포기 약속이 여러 차례 보여줬던 공수표의 반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 대표를 향해 구체적인 약속 이행 계획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박장군 신용일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