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백화점에서 대형 A카드사의 신용카드로 ‘500만원 이상’ 금액을 한 번에 결제한 사례들의 매출 총액이 4년 전의 3.4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에서 500만원 이상 금액을 한 번에 결제한 이 카드사 회원의 숫자는 4년 전의 2.9배, 결제 건수는 4년 전의 2.7배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 ‘럭셔리 스포츠’인 골프 관련 카드결제액 역시 코로나19 이전 국면과 비교해 50% 이상 상승했다.
경제 성장이 연 1%대에 멈춘 상황에서 호화로운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셈이다. 정작 백화점 업종 전체에 대한 결제액은 4년 전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결국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이를 중산층 몰락의 전조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19일 국민일보가 A카드사로부터 입수한 2019년부터의 백화점 업종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백화점에서 한 번에 500만원 이상의 금액을 결제한 매출액의 총합은 2019년 1분기의 3.44배였다. 백화점 업종 카드결제 총량은 올 1분기가 2019년의 99.84%로 동일했다. 한국사회 전체의 소비 수준은 코로나19 이전 국면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큰손’들의 초고가 소비 견인이 두드러졌다는 의미다.
백화점업계는 귀금속류, 가방 등 ‘명품’의 판매 증가를 500만원 이상 결제 급증 요인으로 분석했다.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주요 명품 브랜드가 대표 상품을 고가로 바꾸며 ‘객단가’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A카드사의 빅데이터를 통해서는 골프 산업 전반의 활황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골프장 매출액은 2019년에 비해 57.02% 상승했다. 실외연습장, 스크린골프, 실내연습장 매출이 각각 51.86%, 85.57%, 349.55% 증가한 모습이었다.
‘한국인 전반의 소득 수준 향상 결과’라는 말로 설명하기엔 초고가 소비의 증가세가 급격하다. 전문가들은 본질적으로는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초고가 소비의 증가와 함께 저가 소비의 증가도 나타나며, 다수는 저성장‧고금리 환경 변화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가 소비 증가에 ‘현시적(눈에 나타나는) 소비’ 문화의 영향도 있다고 해석했다. 명품업계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소비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한국 시장을 평가하고 있다. 현재를 중시한 고가 소비 속에는 개인의 과시욕도, 집 장만을 포기한 사회적 절망도 담겨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소득이 높은 중장년층에게서 초고가 소비가 나타났다면, 이번 코로나19 국면 이후엔 청년층으로 확대됐다는 점이 새롭다”고 말했다.
A카드사는 국민일보에 매출액과 건수, 이용회원의 숫자 등 로데이터를 비공개했다. 다만 백화점 업종의 전체 매출액과 금액 구간별 매출액, 전체 매출건수, 전체 이용회원의 ‘증감’ 추이를 공개했다. 이 때문에 500만원 이상 결제 동향이 4년간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피는 것이 가능했다.
이슈&탐사팀 김지훈 정진영 이택현 이경원 기자 germany@kmib.co.kr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