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방식이 미국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키워가던 현대자동차그룹 입장에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주한 대형 변수다. 다른 전기차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GM과 포드는 잇달아 테슬라의 충전방식을 자사 전기차에 적용하기로 했다. 2025년부터 생산하는 전기차는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기인 슈퍼차저에서 충전이 가능하도록 북미충전표준(NACS) 방식의 연결포트를 장착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기차 업체들은 서로 다른 충전 방식을 적용했다. 테슬라는 NACS 방식, 현대차·기아, 폭스바겐, BMW 등은 합동충전시스템(CCS) 방식, 일본 업체는 차데모(CHAdeMO) 방식, 중국 업체는 GB/T 방식 등이다.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처럼 충전구 모양도 다르다. 그러다 테슬라가 자사의 충전방식을 개방했고 GM과 포드가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GM과 포드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 3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3개 회사 점유율을 합치면 무려 74.2%에 달한다. 사실상 NACS 방식이 미국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 셈이다. 전기차 충전 관련 업체인 차지포인트, 트리티움, 블링크차징 등은 NACS 방식의 충전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CCS가 글로벌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테슬라도 CCS와의 호환성을 검토 중”이라고 분석했다. 불과 3개월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거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CCS 방식을 사용하는 다른 전기차 업체들은 미국의 충전 생태계가 NACS 중심으로 형성될 경우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스텔란티스그룹은 NACS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전기차충전기술협의체 ‘차린’(CharIN)은 테슬라의 충전 방식을 표준으로 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차린은 조만간 이 사안에 대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업체들이 모두 슈퍼차저를 이용한다면 충전 수입뿐만 아니라 충전 관련 데이터도 테슬라로 몰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매체 더힐은 미국이 충전 방식을 표준화할 경우 NACS 방식이 CCS보다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NACS 방식의 슈퍼차저가 CCS방식보다 기술력이나 내구성 측면에서 앞선다고 업계에서 평가할 뿐만 아니라 설치 대수도 약 1만9400대로 CCS방식(약 1만대)의 배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힐은 “전기차 충전 규격이 하나로 표준화되지 않으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대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며 “NACS 규격이 충전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테슬라와 냉랭한 관계에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변수”라고 보도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