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을 낮추고 경청의 가치를 지닌 설교자였다”

입력 2023-06-19 17:32 수정 2023-06-19 23:49
고상섭(왼쪽) 그사랑교회 목사와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가 19일 시광교회 구로캠퍼스에서 열린 '팀 켈러를 기념하며' 추모 세미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자존감에 관한 현대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궁극적 자존감은 복음 안에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복음을 통해 ‘자신의 죄인됨’과 ‘그리스도께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동시에 인정케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복음주의 목회자이자 미국의 C.S. 루이스로 꼽히는 기독교 변증가 티머시 켈러(1950~2023) 목사의 추모 세미나에서 조명된 내용이다.

서울 시광교회(이정규 목사)는 19일 영등포구 본당에서 ‘팀 켈러를 기념하며’를 주제로 추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와 고상섭 그사랑교회 목사가 각각 ‘팀 켈러를 추모하며-그의 성품에 관하여’ ‘복음이 주는 참된 자유’를 주제로 강의에 나섰다.

팀 켈러 목사. 국민일보 DB

팀 켈러 목사는 유년기 내향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엄격하고 통제 욕구가 강한 모친 아래서 어머니와의 논쟁을 위해 말하는 법과 논리력을 발달시켰다. 또 정통 루터교에서 기독교에 대한 보수적·근본주의적인 분위기와 자유주의적인 분위기 모두를 경험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음에도 기독교에 대한 애착심이 없었다. 68년 어머니의 압박으로 버크넬대 종교학과에 입학하고 유럽의 68혁명의 여파로 기독교와 급속하게 멀어지기도 했으나 이내 회심을 경험한다. 자신을 사랑으로 섬겨준 기독학생회(IVF)를 통해 근본주의적인 기독교 및 자유주의적인 기독교와 다른 복음을 배웠다.

켈러는 1975년 첫 부임지를 부교역자가 아닌 담임목사로 섬겼다. 버지니아주 웨스트호프웰장로교회는 교인 대부분이 중졸 이하의 학력을 지닌 노인들이었다. 켈러는 성도들이 소리 내 읽는 것을 불편해해 IVF식 성경 공부가 실패하자, 이들을 위해 자신의 설교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조정한다. 성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러 실패와 도전을 겪으며 9년간 교인 수를 90명에서 300명까지 부흥시킨다.

그는 이후 웨스트민스터에서 실천신학 교수로 사역하다 교회개척부서(MNA)로부터 개척 제안을 받고 1989년 범죄가 들끓던 뉴욕에서 리디머장로교회를 개척한다. 그는 이 교회를 부흥시키고 세계로 무대를 옮겨 150개 도시에서 1000여개 교회의 개척을 돕는다.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가 19일 시광교회 구로캠퍼스에서 열린 '팀 켈러를 기념하며' 추모 세미나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 목사는 켈러의 “사역 기술뿐만 아니라 그 개인의 경건과 성품을 동시에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근면함과 부지런함, 겸허함, 인내심과 경청하는 자세가 인상 깊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사역에서 성품이 은사를 강력히 보완한다”며 “자신을 잊고 오직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고 목사는 영국의 변호사 출신 목회자 리처드 코킨과 켈러의 대화를 소개했다. 코킨은 켈러를 만날 때마다 ‘당신은 너무 성경 이야기를 하지 않고 문화 이야기만 한다’고 말했고, 켈러는 그때마다 ‘뉴욕에서는 이렇게 해야 하며 당신은 너무 성경 이야기만 한다’고 되받았다는 이야기다.

고 목사는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로 유명한 켈러는 자신의 설교 방식을 ‘마음을 향한 설교’라 칭했으며 이는 곧 ‘문화를 향한 설교’라고 부연했다”면서 “설교에서 문화 참여는 타당하게 보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되며 오히려 청중의 삶의 근본을 발가벗기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