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어머니의 헌신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요”

입력 2023-06-19 17:02 수정 2023-06-19 17:23
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가 19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앨범 발매 및 첫 내한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머니는 제 영감의 원천이자 커다란 원동력이에요.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정말 각별합니다.”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27)가 첫 내한공연을 앞둔 19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준 존재로 주저 없이 한국인 어머니를 꼽았다. 재일교포 3세인 한국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인 구스비는 “어머니의 헌신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의 희생을 가치 있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교육열 높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7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한 구스비는 13살 때인 2010년 미국 스핑크스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재능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듬해 바이올린의 거장 이츠하크 펄먼이 개최한 음악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프로 연주자를 목표로 삼게 됐다. 현재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펄먼을 사사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미국 클래식계에서 권위있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수상하는 등 스타 연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어릴 때 테크닉 연마에 주로 신경쓸 때 펄만 선생님께서 연주자는 음악적인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테크닉을 갈고닦는다고 조언하신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가 19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앨범 발매 및 첫 내한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0년 데카 클래식과 독점 계약을 맺은 그는 2021년 데뷔 음반 ‘루츠’(Roots)에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 기반을 둔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음악으로 표현해 주목받았다. 올해는 거장 야닉 네제 세갱이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 ‘부르흐·프라이스’를 발매했다. 프라이스의 경우 최근 클래식계에서 재조명받고 있는 아프리카계 여성 작곡가라는 점에서 첫 앨범 ‘루츠’와도 이어진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등 클래식 음악계에서 덜 알려진 음악가들의 작품을 공유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클래식 음악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스비는 지난 1월부터 삼성문화재단을 통해 대여받은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사용하고 있다. 골프 애호가인 그는 이 바이올린을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의 이름을 따 ‘타이거’고 부른다. 그는 “골프를 배워보니 바이올린 연주와 비슷한 점이 많다”며 “온도, 그날의 정서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변수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또한, 그 순간에 집중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해 골프를 통해 연주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고 있다”고 전했다.

구스비는 20일 광주 아시아문화전당과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첫 내한 콘서트에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등을 선보인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