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인가 법칙인가, ‘DTD’ 롯데-‘UTU’ KT 대격돌

입력 2023-06-19 17:01 수정 2023-06-19 17:52
롯데 자이언츠 투수 구승민이 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시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의 ‘DTD’(Down Team is Down)는 2000년대 이후 프로야구 판에서 가장 유명한 은어 중 하나다. 의외로 선전하던 팀이 한계를 드러낼 때 물리학 법칙처럼 곧잘 소환되는 DTD 악령이 올 시즌에도 기지개를 켜는 차다.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다. 5월까지 3강을 사수하며 ‘봄데’ 오명을 벗나 했지만 최근 하락세가 완연하다. 이달 들어 19일 전까지 5승을 거두는 동안 11패를 떠안았다. 월간 승률 최하위다. 더구나 순위 싸움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하위권 세 팀에 연달아 루징 시리즈로 밀렸다. 전날 SSG 랜더스를 꺾고 연패에서 탈출했음에도 쉽게 웃을 수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즌 초 선전의 일등공신이었던 계투진이다. SSG와의 지난 17일 경기가 대표적이었다. 선발 박세웅의 7이닝 1실점 호투를 발판으로 4점 차 앞선 8회를 맞았으나 김진욱 구승민 김원중의 연쇄 방화로 5대 8 대패했다. KB리포트에 따르면 롯데 구원진의 6월 평균자책점은 6.47로 독보적 꼴찌다.

피로 누적이라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롯데 필승조는 리그 전반과 비교했을 때 투구 이닝을 세심하게 관리받았다. 30이닝 넘게 소화한 계투가 한 명도 없었다. 래리 서튼 감독도 피로 탓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잘 먹고 잘 쉰다고 나아질 사안이 아니란 얘기다.

타격도 뜻대로 안 풀린다. 대표적으로 눈야구가 실종됐다. 이달 들어 롯데 타자들은 리그에서 3번째로 적은 55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데 그쳤다. 동시에 삼진은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130개 헌납했다. 4~5월엔 10구단 중 가장 적은 삼진을 당했는데 한 달 만에 180도 달라졌다.

흐름상 이번 주가 순위 다툼의 분수령이다. 특히 KT 위즈와의 3연전이 중요하다. 결과에 따라 5위로 밀려난 채 난적 LG를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심상찮은 KT의 최근 기세다. 첫 두 달 부진을 뒤로 하고 어느새 중위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월간 승패 마진은 2위(10승 5패)다. 롯데가 당장 기댈 법한 시나리오는 ‘선발 야구’다. 댄 스트레일리가 첫 주자의 중책을 짊어졌다.

롯데는 올해 타 팀 대비 온전한 엔트리로 4~5월을 보냈다. 부상자가 적었고, 이적생과 기존 멤버들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면서 신바람을 냈다. 뒤집어 말하면 향후 극적인 전력 상승을 기대할 요인이 마땅치 않다는 뜻도 된다. 키움 히어로즈와 KT 등 고꾸라졌던 강자들은 이제 도약을 준비한다. 관건은 올 시즌 롯데가 ‘내려갈 팀’에 속하는지다. 반증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