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물류회사까지 “우리도 2차전지로”… 산업계 ‘업종 변신’ 봇물

입력 2023-06-20 08:25

LS그룹 지주사인 ㈜LS의 주가는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 2거래일 만에 10%가량 급등했다. 이달 15일 종가 8만6000원에서 19일에 9만6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뒀다. 지난 16일 LS가 배터리 소재 기업인 엘앤에프와 함께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고 공시하면서 투자 심리가 들썩인 것이다.

전구체는 배터리 4대 소재인 양극재의 생산에 쓰이는 중간재다. 양극재 제조 비용의 70%를 차지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소재 사업 진출이 기업 가치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20일 진단했다.

기존 분야에서 업력을 쌓은 기업들이 2차전지로 잇따라 ‘업종 변신’을 선언하고 있다. 기존에 하던 사업에서 배터리 원소재·제조와 관련성이 높은 분야를 기반으로 직접 뛰어들거나,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추구하는 식이다. 특히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이 거세지면서 한국 기업들끼리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배터리 원료·소재 트레이딩(무역)·투자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단순한 배터리 셀·소재를 운반하는 비즈니스를 넘어 종합상사처럼 비철금속에 직접 투자하고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 내 전기차 사업과 연계한다는 기대감도 제기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배터리 합작 공장에 필요한 원소재 물량 확보에 현대글로비스가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런 움직임은 기존 업종에서 배터리 산업과의 연관성이 큰 기업들에 두드러진다. LS그룹의 경우 LS MnM이 구리를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부산물 등을 가공해 2차전지용 황산니켈을 만들고, 이를 엘앤에프와의 합작공장에 공급해 전구체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빠르면 오는 2025년 양산이 목표다. LS그룹 관계자는 “순수 한국 기업 간 동맹을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응한다는 취지”라고 밀했다.

현대글로비스도 최근 물류 역량을 활용해 폐배터리를 회수하고 이를 다른 수요처에 공급하는 재활용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종합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도 배터리 원소재 트레이에 이어 천연흑연 공급 사업 및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나섰다.

동원그룹의 포장재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는 참치 캔 노하우를 활용해 원통형 배터리용 캔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고, 원전 설비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는 탄산리튬 추출 기술을 바탕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진출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 상승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발 주자들이 참전이 계속 이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