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성발사 실패, 가장 엄중한 결함…간부들 무책임” 이례적 공개질타

입력 2023-06-19 15:37 수정 2023-06-19 15:50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16일 당 중앙위 본부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회의에 참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8차 전원회의에서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와 관련해 “가장 엄중한 결함”이라고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그동안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실패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공개 질타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이른 시일 내에 재발사를 예고했지만, 간부 문책과 날씨에 따른 변수 등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중·러와 협력 강화를 시사해 한반도 내의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됐다고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중앙당 정치국은 이번 회의에서 “군사적 잠재력의 부단한 갱신과 자위력 강화를 향해 더 빠르게 질주할 것”을 요구했다.

정치국은 그러면서 “간과할 수 없는 결함들도 있었다”며 지난달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을 ‘가장 엄중한 결함’으로 꼽았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 1호’를 발사체 ‘천리마 1형’에 실어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북한은 발사 실패 사실을 대외적으로만 공개하고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는 내부 매체에는 알리지 않았는데, 이번 회의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처음 공개했다.

북한 매체들은 “위성 발사 준비사업을 책임진 일군(간부)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은 위성 발사 실패 책임자를 문책하고 다음 발사 성공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예상대로 정찰위성 발사 실패가 북한 내에서 주는 타격이 있었고, 이에 대한 질타가 이뤄졌다”며 “다음 위성 발사가 꼭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다짐이자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른 시일 내에 재발사를 예고했다. 북한 매체들은 “발사 실패의 원인과 교훈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른 시일 안에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정찰정보 능력을 제고하고 우주개발 분야에서 더 큰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전투적 과업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은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간부 문책과 기술 결함 보완, 그리고 이번 달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질 북한의 장마로 인해 위성 재발사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실패의 원인을 지금도 계속 분석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한 기술적 결함 외에 다른 문제가 발견될 경우 재발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앞서 2012년 4월 13일 ‘은하 3호’에 실은 ‘광명성 3호’ 발사가 실패했을 때도 8개월이 지난 2012년 12월 12일에야 ‘광명성 3호 2호기’를 재발사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중국·러시아 등과 협력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정치국은 “격돌하는 국제 군사정치 정세에 대처해 미국의 강도적인 세계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련대(연대)를 가일층 강화하겠다”며 중대 과업을 제시했다.

한편, 우리 군은 만리경 1호의 2단체 외에 다른 잔해들에 대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군이 엔진이나 위성 등 핵심부품을 찾을 경우 북한 위성 기술 분석에 진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