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기업인을 예우차원에서 강행했던 대기업 창업주 조형물 건립 사업을 철회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19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비 250억원을 들어가는 기업인의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는 사업을 전면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듭된 찬반 논란으로 기업인들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시장은 “기업인 조형물 사업은 울산과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기업인을 기리고, 젊은 세대에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다시금 각인시키려는 취지에서 검토했다”면서 “단순히 투자유치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한다는 취지를 넘어 ‘지역의 정신, 울산의 힘’을 다시금 일으키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조례 입법과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으로 정중히 예를 다해 모셔야 할 분들인데도 이미 그 진의가 훼손되고, 오히려 창업가에 대한 이미지 손상이 우려돼 숙고 끝에 사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형물 설치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시민단체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김 시장은 “기업인 기념사업은 울산만이 할 수 있는 소중한 역사적·사회적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안타깝다”며 “시민단체 의견도 시민의 목소리로 귀를 기울이겠지만, 마치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전 시민을 대표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도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울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상임위원회(산업건설위)가 지난 15일 삭감한 조형물 설치비 200억원을 전액 부활시켰다. 그러나 이날 오후 사업을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예산 250억원은 오는 21일 열리는 울산시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 처리되거나 예비비로 전용될 예정이다.
대기업 창업주 조형물 건립 사업은 산업도시 울산을 이끌고 빛낸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고 알린다는 취지로 울산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 소유의 야산에 국내그룹 창업주 3∼4명의 흉상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조형물 건립대상으로는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과 SK그룹 고 최종현 회장, 롯데그룹 고 신격호 명예회장 등이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민주노총, 울산시민연대 등은 “시민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고, 기업인을 우상화한다”고 비판해왔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