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수능을 150일 앞두고 본인의 발언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자 그 책임을 교육부 장관에게 떠넘겼다”고 직격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또 남 탓을 한다. 그 해명부터 가관”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교육부 장관이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잘못 전했다는 거”라면서 “‘학교 수업’과 ‘공교육 교과과정’은 완벽하게 다른 말이라는 데 도대체 뭐가 다르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잘못 브리핑하면서 윤 대통령의 ‘사교육 개혁 의지’가 이른바 ‘물수능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대통령실 해명을 지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 부총리를 엄중히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부총리는 이날 당정협의에서 “사교육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신속하게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해 교육부 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특히 윤 대통령이 국어 ‘비문학’ 지문 난이도를 지적한 것과 관련해 “공교육 교과 과정에 비문학을 가르치는 ‘독서’ 과목이 있고 그 취지가 문해력을 길러 대학 가서 어떤 과목이든 수업할 수 있는 이해력과 판단력을 높이기 위한 것임을 여태 몰랐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어 교과서가 몇 종류인지는 아는지, 대입 예고제에 따라 정부를 믿고 교육과정을 따라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얼마나 클지 가늠이나 하고 있는 것이냐”라며 “불확실성은 경제에서도 교육에서도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비문학 문제 내지 말라고 했잖아’ 이 한마디로 대한민국 입시가 바뀐다면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제왕”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이 6월 모의평가 난이도를 문제 삼으며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사이 ‘이권 카르텔’까지 언급한 것에 대해 “6월 모의평가 국어 난이도를 제대로 알고나 하는 말인가”라고도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EBS 등이 추정한 국어 화작(화법과 작문) 선택 수험생들의 1등급 컷은 96~97점, 언매(언어와 매체) 선택 1등급 컷은 92~93점이라고 설명하고는 “설마 1등급 컷이 100점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런 변별력 없는 물수능이야말로 불공정하다”고 적었다.
유 전 의원은 그러면서 대통령의 ‘남 탓’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과거 사례를 열거했다. 그는 “만 5세 초등학교 취학·주 69시간 노동 때도 그랬다. 대통령 본인이 얘기하고 재가해놓고 문제가 불거지니 장관 탓을 했다”라면서 “‘바이든 날리면’은 청력이 나쁜 국민 탓을 했는데 이번에도 장관 탓을 하고, 교육부 담당 국장을 경질하고 교육과정평가원 감사를 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끝으로 “대통령은 무오류의 신적 존재가 아니며 대통령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다”라면서 “권한과 책임이 가장 막강한 대통령이 진실해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둔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경구를 다시 읽어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