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 한장에 26억원…“메시, 사우디와 의무여행 계약”

입력 2023-06-19 09:41
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 홍해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리오넬 메시. 메시 인스타그램 캡처

세계적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과 계약을 맺은 사실이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메시가 사우디 관광홍보 대사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사우디 정부가 거액과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게 계약의 골자다.

현재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인 메시는 지난해 5월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홍해 위 요트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사진을 게재했다. 그는 “홍해를 탐험해보세요”라는 글을 적고 ‘#비지트사우디’라는 사우디 관광청 브랜드 해시태그를 함께 달았다.

같은 날 아흐메드 알카티브 사우디 관광부 장관은 트위터에 “메시의 방문을 환영하게 되어 기쁘다”며 “이번 방문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NYT는 “메시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며 “홍해 사진으로 그는 아마 200만 달러(약 25억6000만원)를 벌었을 것이다. 이는 수백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메시는 지난달 가족들과 함께 사우디를 재방문했다. 구단의 허락 없이 시즌 중 사우디를 찾은 것이었다. 메시가 계약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이 같은 행보를 보이자 사우디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는 사우디 관광청과의 계약에 담긴 의무조항으로 드러났다.

NYT는 자세한 계약서 내용을 공개했다. 계약에 따르면 메시는 매년 최소 1회 사우디로 5일간 가족여행을 가거나, 또는 연 2회 3일씩 여행을 가야 한다. 메시는 이 여행에 가족과 친구 등 최대 20명을 동반할 수 있다. 여행 경비와 5성급 숙박비는 사우디 정부가 부담한다. 이 여행으로 메시는 약 200만 달러를 받는다.

지난달 리오넬 메시(오른쪽 두 번째)가 가족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관광을 즐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여행과는 별개로 메시는 1년에 10번 SNS 계정에 사우디를 홍보하는 게시물을 올려야 한다. 이를 통해 또 200만 달러를 받는다. 이밖에도 메시는 사우디 관광 홍보 캠페인 참여, 광고 출연 등 의무 조항을 이행해야 한다. 계약을 이행할 때마다 돈을 받게 된다. 메시는 3년간 최대 2500만 달러(약 320억원)에 이르는 돈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NYT는 전했다.

또 계약에 따르면 메시는 사우디의 평판을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은 해서는 안 된다.

메시는 2021년 1월 1일자로 이 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NYT는 “이 계약 사항이 현재 버전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메시는 계약서에 서명한 직후인 2021년 2월 알카티브 장관에게 “사우디를 방문할 수 없게 됐다”며 사과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서한에서 장관을 ‘각하’(Your Excellency)라고 칭하면서 “스포츠맨으로서 건너뛸 수 없는 의무가 있다”며 사우디 방문을 연기한 것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인권 탄압국’으로 꼽히는 사우디가 ‘스포츠워싱’(스포츠를 이용해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나쁜 평판을 덮고 이미지를 세탁하는 일)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우디는 최고의 스타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포르투갈, 알나스르)와 카림 벤제마(35·프랑스, 알이티하드) 등을 천문학적 연봉을 지급하며 사우디 리그로 불러들였다.

한편 메시는 이달 말 PSG와 계약 종료 후,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MLS)로 갈 예정이다. 그는 영국 축구스타 출신 베이비드 베컴이 구단주로 있는 MLS 인터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게 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