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긴장 관리를 위한 고위급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미·중 관계의 주요 현안을 다루기 위한 양국 공동 워킹그룹 협의도 지속하기로 했다. 양측은 그러나 대화 지속에만 동의했을 뿐,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양국 관계 해결을 위한 실질적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회담을 가졌다”며 “블링컨 장관은 오해와 오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교와 폭넓은 현안에 대한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블링컨 장관은 우려가 되는 몇 현안뿐 아니라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양국이 공유하는 초국가적 현안에서 협력을 모색할 기회를 제기했다”며 양측이 양 국민의 인적 왕래를 포함한 교류 촉진에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친 부장을 워싱턴DC로 초청했고, 양측은 상호 적절한 시기에 답방 일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양측은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합의한 중요한 합의를 공동으로 이행하고 이견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며 대화와 교류 및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 양측이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기로 합의했으며, 미·중 관계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 공동 워킹그룹 협의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측은 소통 채널 유지 외에 다른 모든 사안에선 평행선을 내달렸다. 친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가장 중대한 문제이자 가장 두드러진 위험”이라며 미국 측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미국민의 이익과 가치를 항상 옹호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세상을 위한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과 파트너와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블링컨 장관이 중국 수도를 방문했지만, 양국이 직면한 가장 성가신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희박했고, 양측 모두 확고한 입장에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도 “대화를 계속하는 것 외에는 거의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국무부의 모호한 성명은 대만을 둘러싼 긴장 고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러시아지지 등 그의 의제 항목에 실질적인 진전이 거의 없음을 나타낸다”고 언급했다.
다만 미국 관리들과 분석가들은 블링컨 장관의 방문이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더 많은 미·중 고위급 양자 회담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시진핑 중국 주석을 초청하고, 이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