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사랑하고 경계하라…이슬람 20만 시대 교회의 자세

입력 2023-06-18 16:45 수정 2023-06-19 11:42
2019년 안산M센터 연합세례식에서 무슬림 개종자(가운데)가 세례를 받고 있다. 안산M센터 제공

‘이슬람만 안된다는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일 뿐만 아니라 기독교 정신에도 반하는 사이비 기독교인들이나 할 짓.’ 지난 10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 북구 이슬람 사원 건립에 대한 생각을 SNS에 표명했다. 홍 시장은 “이슬람 포비아를 터무니없이 만드는 특정 사이비 기독교 세력들은 대구에서 추방되어야 한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홍 시장의 발언은 자신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자유통일당을 겨냥한 듯 보이지만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특정 사이비’ 세력으로 몰아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대구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 예정지 인근 주민들과 함께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권요한(인권윤리포럼 운영위원장) 박사는 “포비아라는 용어를 사용해 주민들을 혐오세력으로 몰았다. 주민들의 실제적 공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홍 시장의 발언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권 박사는 “이런 두려움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 다수가 이슬람 세력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호도해선 안 된다”고 했다. 2020년 한국리서치(대표이사 노익상)가 발표한 주요 종교별 호감도 조사에서도 이슬람교는 불교(50.9점) 천주교(50.3점) 원불교(30.8점) 개신교(28.0점)에 이어 가장 낮은 호감도(15.7점)를 기록한 바 있다.(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지역 성별 연령별 비례 할당 추출 표본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표집오차 ±3.1%P)

국내 이주민 및 외국인 종교별 통계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국내 이주민 및 외국인 종교별 통계에 따르면 ‘이슬람교 또는 힌두교인’ 이민자와 외국인은 약 22만 4000명에 달한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 관계자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통계청 자료에서는 이슬람과 힌두교 쪽 이민자를 약 11만 2000명으로 집계하고 있는데 통계상 안 잡히는 인원도 있다”며 “교단에서는 국내 거주 무슬림 인원수를 15만~20만명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작은 기도처인 무살라 수는 100곳 이상이며 사원(모스크·마스지드)의 경우 등록된 곳은 21곳”이라고 말했다.


두려움의 원인은 무지

기감 이슬람연구원의 김형원 본부장은 “이슬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무지와 미디어에 의한 이미지 왜곡 때문”이라며 “무슬림 가운데 극단주의자는 소수인데 테러에 대한 부분만 강조되다 보니 이슬람 하면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반응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적인 지리·기후·인구통계 데이터베이스인 월드데이터에서는 주요국 이슬람국가의 와하비스트(수니파 극단주의 무슬림) 비율을 소개하고 있다. 와하비즘은 이슬람 사회의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압둘 와하브가 창시한 이슬람 부흥운동이다. 자신들의 코란 해석을 거부하는 이슬람교도와 비이슬람교도에 대한 폭력을 허용하는 것이 문제로 제기돼 왔다. 수니파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와하비스트의 비율은 14.5%에 그쳤다.

월드데이터에 나타난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비스트 비율.

김 본부장은 “두려움은 이슬람 선교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경계는 필요하지만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국내 거주 무슬림들이 많아지면서 선교적 접점이 늘어나고 있다. 이럴수록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한 전략이 요구된다”고 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전문단체 온누리M센터(담당 교역자 노규석 목사)는 이주민 사역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2005년 설립 후 18년간 29개 나라 700여명에게 세례를 베풀었는데 이 가운데 무슬림도 약 60명에 달한다. 특히 2017~2019년 3년 동안 19명의 무슬림이 세례를 받았다. 온누리M센터 담당 교역자 노규석 목사는 “코로나로 세례식이 멈추기 직전까지 무슬림들 수세례자가 늘어나던 추세”라며 “사역이 다시 활성화하는 가운데 무슬림 사역은 앞으로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계하지만 사랑해야

온누리M센터는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대거 입국과 2021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입국 당시 아랍어가 가능한 전문 사역자들을 파견했다. 사역자들은 무슬림들과 직접 소통하며 도울 수 있는 내용을 파악해 교회와 연결했다. 두 현장을 모두 찾았던 박미애(온누리교회 아랍어예배 담당) 전도사는 “예멘 난민들은 한국민들의 반대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한국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특히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 것을 알고 있었다. 복음 전도를 위해서는 포비아적 접근이나 인도주의적 접근을 초월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느꼈다”고 했다.


국내 주요 교단들은 이슬람 바로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감은 2015년 본부 산하에 이슬람연구원을 설치해 담당 사역을 전담토록 했다. 현재 연회 단위의 이슬람 세미나가 열리고 있으며 이슬람 바로 알기 책자와 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의 경우 지역교회 목회자들로 이뤄진 이슬람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세 교단 모두 이슬람을 경계하되 사랑하며 품어야 한다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예장합동 이슬람대책위원장 배정환(광주생명교회) 목사는 ‘한편으로는 경계하고 한편으로는 사랑하자’라는 위원회 구호를 소개하면서 “우리는 이미 다문화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그들에게 신앙적으로 동조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혼들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예장통합 이슬람선교 및 단군상대책위원회(위원장 서병근 목사) 전문위원 이만석(한국이란인교회) 목사는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워낙 압박받다 보니 돌파구가 없어서 나온 행동을 가지고 가해자나 혐오 세력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며 “무엇보다 주민들은 기독교 세력이 아니고 정상적인 기독교인들은 무슬림을 혐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무슬림들에게 특별한 문화적 습관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알고 접근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런 점들 때문에 이슬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주택가 한복판에 이슬람 사원이 들어서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이슬람사원 건축 예정지는 맹지로 진입로도 없는 곳이다. 이슬람 사원이 아니라 교회나 절도 들어와선 안 되는 곳”이라며 “주거시설과 종교시설은 분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동준 조승현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