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아라”-“뚫어라” 퀴어축제서 초유의 공권력 충돌 사태

입력 2023-06-18 16:26

대구퀴어(동성애)축제를 불법도로점용 행사로 규정하고 막으려는 대구시 공무원들을 대구 경찰이 밀어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7일 오전 7시쯤 퀴어축제 메인 행사장인 대구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구시청·중구청 공무원 500여명이 퀴어축제 무대 설치를 막기 위해 모였다. 시는 앞서 퀴어축제 주최측이 대중교통전용지구 도로 점용허가를 받지 않아 불법이라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구간 시내버스도 정상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 대구경찰청은 대구시의 대응이 잘못됐다며 기동대 20개 중대 1300여명, 교통경찰·일반 직원 200여명 등 1500여명을 배치해 대구시 공무원들을 막아섰다.


갈등은 오전 9시30분쯤 퀴어축제 행사 장비를 실은 차량이 반월당네거리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경찰이 방패로 대구시 공무원들을 도로 밖으로 밀어내고 대구시 공무원들이 경찰 진압을 버티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고가고 설전이 벌어졌다.

경찰이 길을 열어 40여분만에 퀴어축제 차량이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들어왔다. 현장에 있던 공무원은 “공무원 생활 30여년 만에 경찰과 몸싸움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돌이 격해지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급하게 현장을 찾아 오전 10시 30분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 시장은 “시내버스는 막아서면서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는 트럭은 진입시키는 행위는 불법 도로점거를 방조한 것”이라며 “공무원 충돌 사태까지 오게 한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여분의 인터뷰 뒤 홍 시장과 함께 공무원 500여명도 자리를 떠났다. 경찰은 기존대로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부스 설치 등을 허용했다.

홍 시장은 18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령 시행령 12조에 공공도로는 집회·시위 제한 규정이 있고 도로관리청인 대구시에는 도로점용 허가권도 있다”며 “막무가내로 정당한 시 공무원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다치게 한 대구청장은 치안행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완전한 지방자치 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성명을 내고 “홍준표 시장은 대구 경찰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일 자기기인(自欺欺人)”이라며 “판례를 볼 때 퀴어문화축제가 불법도로 점거, 정당한 행정대집행이란 것은 논리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