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납치됐다가 귀환한 후 간첩으로 몰려 유죄를 선고받은 납북귀환 어부 100명 중 35명이 재심을 받을 전망이다.
18일 대검찰청은 1968년 동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됐다가 이듬해 귀환한 어부 100명에 대해 지난 5월 전국 관할 검찰청에 직권재심 청구 절차를 지시한 결과, 한 달간 총 35명에 대해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납북귀환어부는 1968년 10~11월 동해에서 어로작업을 하던 중 납북됐다가 1969년 5월 28일 귀환한 어부들이다. 이후 반공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또는 3년을 선고받았다.
석방 뒤 이들은 간첩으로 낙인찍혀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빈곤에 시달렸다. 일부는 후유증으로 언어장애가 생겼고, 지금까지도 불안감으로 문을 잠그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또 자녀가 신원 조회에서 불이익을 받아 취업에 실패하거나 직업군인인 아들이 강제 전역을 당하는 등 가족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검찰은 대상자 100명 중 당사자가 직접 재심을 청구한 5명을 제외한 나머지 95명에 대한 직권재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재심이 청구된 35명은 모두 1969년 5월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으로 귀환한 대영호 등 선박 12척의 선장과 선원들이다. 검찰은 나머지 피고인 60명의 인적사항과 유족 유무, 연락처 등을 파악하고 있다.
동해안남북귀환어부 피해자모임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직권재심청구 착수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대상이 된 사건과 시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피해자모임 측은 “검찰이 직권재심 청구에 착수한 것을 환영하지만 ‘뒷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검찰이 직권재심 청구에 나선 사건들은 이미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이 내려져 무죄가 확정된 사건인 만큼 진실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