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쟁여두셨나요? 오염수 방류 앞두고 ‘소금 사재기’ 극성

입력 2023-06-17 14:06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둔 가운데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면서 일부 소금 가격이 80% 가까이 폭등했다. 오염수가 본격적으로 방류되면 소금이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소비자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소매 시장에서 굵은 소금 5㎏은 약 1만3000원에 판매됐다. 한 달 전(1만2500원)보다 4%가량, 평년 평균(약 7800원) 대비 67%가량 높은 금액이다. 중간 유통 시장에서는 소금 가격 상승 폭이 더 컸다. 가격비교업체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농부 마음 신안 비금도 문재기 장인의 1년 묵은 소금’ 등 업소용 소금 20㎏ 판매량 상위 1~3위 제품은 열흘 전보다 평균 76% 뛰었다.

이런 소금 가격 폭등은 수요 폭증 때문이다. 최근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일부 대형 마트에서는 소금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천일염 최대 산지인 전남 신안군에서조차 염전 내 소금 창고가 비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금은 온라인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16일 수협쇼핑 온라인 몰에는 주간 베스트 항목에 천일염 제품이 7개 올라왔는데 이 중 4개가 품절 상태였다. 나머지 업체는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제한해뒀다.

우려가 확산하자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 15일 브리핑을 열고 “개인 물량이 지난달보다 2~5배 증가했지만 이는 전체 거래량의 7~8%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가공·유통업계 차원에서 발생하는 소금 사재기 징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최근 벌어진 사재기 현상이 전체 천일염 수급이나 산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직 소금의 방사선 노출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소금 방사능 검사를 290회가량 실시했는데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정부는 향후 소금의 방사선 노출 여부 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송 차관은 “오는 7월부터 연말까지 염전 방사능 검사 대상을 150개소로 확대하겠다”면서 “이미 생산돼 보관하고 있는 소금도 출고 시점에 방사능 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판매업체는 이런 ‘특수’를 이용해 소금 구매를 과도하게 유도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네이버와 쿠팡 등에서 ‘오염수가 방류되면 소금이 오염되므로 구매를 서두르라’는 광고 문구를 이용해 소비자 불안감을 조성한 업체가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소비자원은 “오염수 방류가 소금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괴담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전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