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30대 한국인 부부에게 ‘묻지마 총격’을 가해 만삭의 부인과 뱃속의 아기를 숨지게 한 용의자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미 워싱턴주 킹카운티 검찰은 총격범 코델 구스비(30)를 1급 살인 2건 및 살인 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구스비는 지난 13일 오전 11시15분쯤 시애틀 번화가 벨타운 지역에서 차 안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30대 부부에 총격을 가해 임신 8개월의 아내 권모(34)씨를 숨지게 하고, 권씨 남편(37)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태아에 대한 살인 혐의도 적용했다. 태아는 권씨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응급 분만으로 태어났으나 곧 숨을 거뒀다.
현지 검찰과 경찰은 총격범이 어떻게 총기를 소지하게 됐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이 남성이 사용한 총은 인근 레이크우드에서 도난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CCTV 등에 따르면 이날 권씨 부부가 신호 대기 중 총격범을 자극하거나 총격범과 아무런 대화가 없었는데도 이 남성은 차량 운전석 창문을 향해 6차례 총을 쏜 것으로 확인됐다.
총격범은 체포 당시 “내가 했다(I did it)”를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으며 (권씨 부부) 차에서 총을 봤기 때문에 자신도 총을 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드리언 디아즈 시애틀 경찰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내가 26년간 근무한 이래 최악의 사건 중 하나”라고 했다.
현지에서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권씨에 대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권씨의 친구라는 한 지인은 모금 웹사이트인 ‘고펀드미’에 권씨의 사연을 올리고 “고인은 시애틀에서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꾸리고 열정적으로 일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그의 두 살 난 아들은 아직 엄마의 죽음을 알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지역 교민 사회 등은 17일 오전 사건 발생 장소인 벨타운 지역에서 권씨를 기리는 추모 행렬을 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