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 한 동물원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마른 이른바 ‘갈비 사자’가 여생을 보낼 새 보금자리로 떠난다.
충북 청주시 청주동물원 관계자는 16일 이 사자를 사육해온 김해 부경동물원을 찾아 사자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이관 방법을 논의했다. 청주동물원은 청주시가 운영하는 시립동물원이다.
김해 부경동물원 운영자는 “좋은 환경에서 마지막 생을 살도록 청주동물원에 사자를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경동물원은 김해시에 있는 민간동물원으로 2013년 처음 문을 열었다. 최근 사육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글이 연달아 김해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오며 부실 사육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비쩍 마른 채 좁은 우리에 홀로 있는 사자의 사진이 공개되며 구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은 사자를 살펴본 후 “나이에 비해 건강 상태는 괜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자는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났다. 사자 나이로 20살이지만, 인간 나이로는 100살에 가깝다.
김 팀장은 “나이가 있어서 관절에 퇴행성 질환이 있어 보이지만, 크게 아픈 곳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며 “청주동물원으로 데려가 정밀 검진을 해 내과 질환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주동물원에 12살, 20살이 된 사자들이 있다. 새 환경에 적응하면서 사회적 무리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자는 원래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청주동물원은 에어컨이 달린 무진동 차량에 사자를 태워 청주로 옮길 예정이다.
김 팀장은 “지금같이 더운 날씨에 사자를 그냥 차에 태워 옮기면 죽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음 주쯤 케이지를 부경동물원으로 가져와 이송 차량에 옮길 계획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될 수 있으면 마취총 사용을 자제하고 케이지에 익숙해진 사자가 스스로 케이지에 들어가게 하는 방법으로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