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 유지했다. 이로써 일본의 단기금리는 마이너스로 동결됐다. 미국·유럽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역행한 이번 결정으로 일본 엔화 가치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은행은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도하는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취임한 뒤 이날까지 두 차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주재했다. 첫 회의인 지난 4월 28일에 이어 두 차례 연속으로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했다.
우에다 총재는 ‘일본의 벤 버냉키’로 설명되는 인물이다. 버냉키는 2006년 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지내면서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하늘에서 헬리콥터로 달러를 뿌린다’는 의미에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버냉키와 우에다 총재는 모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재무장관 출신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이런 공통점을 앞세워 우에다 총재를 ‘일본의 버냉키’에 비유했다. 우에다 총재는 별명에 걸맞게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우에다 총재의 통화정책은 전임자인 구로다 하루히코 전 총재에게서 계승된 것이다.
일본은행은 구로다 전 총재 체제였던 지난해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도하고 금리 변동 폭을 ‘±0.25%가량’에서 ‘±0.5%가량’으로 확대해 상한 없이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사실상 장기금리 인상 효과를 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미국·유럽 같은 주요 경제권 중앙은행이 고강도 긴축을 시행하는 동안에도 일본은행은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오랜 저물가와 국채이자 부담으로 엔저를 사실상 용인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유지에 따라 엔저 현상은 계속됐다. 원·엔 환율은 이날 오후 1시45분 현재 100엔당 906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