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의 본사를 외국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제재가 이어지며 해외 시장에서 큰 타격을 받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본사를 타국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은 정보기술(IT), 패션 업계를 중심으로 두드러진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본사 이전을 시작한 중국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주요 플랫폼으로 패션사업을 하는 ‘쉬인(Shein)’이 대표적이다.
쉬인은 최근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중국 난징의 기업 등록을 말소했다. 해외 지역 서비스를 운영하는 IT 부서도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 부서에서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사업을 총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기업이 이용자 데이터를 불법으로 수집해 중국 당국에 제공한다는 의혹을 받자 논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 인디애나주(州)에도 지사를 설립하고 워싱턴DC에 로비대행업체와도 계약했다.
쉬인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세계 150개 시장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다국적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안으로 예상되는 미국에서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 중국 색채를 완전히 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쉬인 역시 각종 의혹에 시달려왔다. 쉬인이 경쟁 업체를 압도하고 고객을 유입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요인으로 중국 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값싼 섬유를 사용해 상품을 생산해왔다는 점이 꼽혀왔다. 이는 1000억 달러(약 130조원)을 웃돌 수 있는 초대형 IPO에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해외 쇼핑 앱 ‘테무’(Temu) 역시 본사를 보스턴에 설립했다. 테무는 지난해 9월 미국에 처음 공개돼 쉬인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저가 상품을 앞세워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초에는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에도 진출했다. 모기업 핀둬둬도 본사를 중국에서 아일랜드로 이전했다.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10%를 생산하는 중국업체 징코솔라는 최근 생산시설을 중국 바깥으로 옮겼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규제하는 미국 당국의 방침을 우회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2012년부터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또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으로 생산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중국 업체의 태양광 패널 통관을 막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이 같은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본사를 이전한다고 중국 색채가 옅어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들 모두 본사만 이전했을 뿐 중국산 상품을 소비자에게 파는 건 여전하다. 미 공화당 소속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은 최근 성명을 통해 “쉬인이 아무리 숨기려고 하더라도 속을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