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에 몽골에 저항했던 삼별초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있는 제주 함덕 해변의 비석이 관광객들에 의해 폭죽 발사대로 활용돼 그을린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 함덕 해변에 있는 ‘함덕포 전적지’ 비석을 촬영한 사진이 올라왔다.
기다란 막대 형태의 폭죽 수십여개가 비석에 기대어 세워져 있었고, 짧은 막대 형태의 폭죽 일부는 비석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보다 가까이서 촬영된 사진을 보면, 해당 비석이 폭죽과 맞닿은 부분들이 검게 그을려 있다. 폭죽 발사 당시 발생한 화염에 그을린 것으로 추정된다.
글쓴이는 “아침 해변 산책 중 발견한 한심한 사람들의 흔적”이라며 “삼별초의 항쟁을 기념하기 위한 비석을 폭죽 발사대로 썼다”고 지적했다.
해당 비석은 13세기 고려 시대 당시 몽골에 저항했던 삼별초가 마지막까지 저항한 기록을 담고 있다.
비석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삼별초 항쟁때 여원 연합군이 상륙한 전적지. 삼별초가 점거해 있던 제주도에 1273년(원종14)4월 여원군이 상륙전을 감행할 때 원수 김방경은 먼저 좌익군을 비양도에 상륙시켜 명월포를 공격할 것처럼 오인시키고 중군을 이곳으로 상륙시켰다. 이 양동 작전을 성공시킴으로서 여원군은 그 기세를 타 삼별초를 전멸시키고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비석의 내용이 삼별초의 기상을 오히려 훼손시키는 내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비석 마지막 부분에 ‘여원군이 삼별초를 전멸시키고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는 문장을 두고 삼별초의 시각이 아니라 삼별초를 진압했던 여몽 연합군의 시각에서 역사적 사실을 기록했다는 비판이다.
삼별초는 고려 시대의 군대조직으로, 1270년 고려가 몽골에 복속하자 이에 반기를 들고 3년간 봉기했다. ‘삼별초의 항쟁’으로 불린다. 제주도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다가 최후를 맞았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