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멀티플렉스와 배급사의 박스오피스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기존 알려진 영화 4편 외에 관객 수가 조작된 영화가 수십 편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 과정 등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도 수사선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3일 업무방해 혐의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 3곳과 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키다리스튜디오 등 배급사 3곳을 압수수색하며 영화 수십 편의 입장권 발권 기록 등을 확보했다.
현재 관객 수가 조작된 정황이 포착된 영화는 쇼박스가 배급한 ‘비상선언’, 키다리스튜디오의 ‘뜨거운 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사극 등 모두 4편이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이들 4편을 적시하는 동시에 관객 수 조작 의심 영화 목록으로 수십 편을 함께 올렸다.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조작 정황이 포착될 경우 영화관·배급사 등을 추가 입건하겠다는 방침이다.
의심 영화 목록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취임과 검찰 수사,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재판 등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이 포함됐다.
지난해 5월 25일 개봉한 ‘그대가 조국’은 개봉 직후 7일간 박스오피스 3위를 유지했고 관객 33만명을 끌어모았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독립·예술영화 부문에서 1위였다.
SNS에서는 새벽에 상영된 ‘그대가 조국’이 매진된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한 영화 관련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한 A씨는 “상영시간 보고 1차로 놀라고, 매진이라 2차로 놀랐다”며 영화 예매 애플리케이션 캡처 화면을 첨부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의 한 영화관에서 지난해 6월 1일 오전 4시 상영된 319석·190석 규모의 상영관 전 좌석이 팔렸다.
의혹이 제기되자 배급사인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상영관 확보를 위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 후원한 이들 중 많은 이가 좌석 후원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벤트, 관객과의 대화 등이 계획된 상영시간의 경우 최소 개런티를 통해 상영시간표를 확보한 사례도 있다”며 “행사 진행 시 추가 시간 대관료는 영화관에 티켓 발권을 통해 지불됐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