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패지수 27점…정유정과 1점 차

입력 2023-06-15 17:39 수정 2023-06-15 17:45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A씨(왼쪽사진)와 '또래살인' 정유정(23).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영상 캡처, 연합뉴스

경호업체 직원 출신 30대 남성이 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성폭행을 시도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기준선인 25점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고인 A씨는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에서 총점 27점을 기록했다.

‘또래살인’ 정유정보다 1점 낮고, 희대의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대등한 수준이다.

A씨는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에서도 ‘높음’ 기준선인 12점을 훌쩍 넘긴 23점을 받았다.

A씨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빼고 전과 18범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사이코패스 점수는 2000년대 후반 경기도에서 여성 8명을 납치·살해하고 자신의 장모와 전처를 방화 살해한 강호순이 받은 점수와 같다.

최근 부산에서 과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의 28점보다는 1점 낮다.

딸의 친구를 상대로 강간살인 범죄를 저지른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25점보다는 2점 높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A씨가 귀가하던 피해자를 돌려차는 모습.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A씨는 앞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을 통해 “저와 비슷한 묻지마 범죄의 죄명과 형량이 제각각인데 왜 저는 이리 많은 징역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 했다.

1심에서 자신에게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된 데 대해서는 “상해가 아닌 살인미수가 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A씨는 또 “착각과 오해로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묻지마식 상해를 가한 것에 대해 깊은 잘못을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해선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전과가 많다는 이유라면 저는 그에 맞는 형 집행을 다 했다”고 떳떳해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분은 회복이 되고 있으며,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것을 봤다. 피해자라는 이유로 진단서, 소견서, 탄원서를 다 들어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를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사실을 변경한 점에 대해서는 “검찰도 역시 제가 성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끼워 맞추고 있다. 그저 ‘뽑기’ 하듯 되면 되고 안 되면 마는 식은 아닌 것 같다”며 외려 검찰을 꾸짖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A씨가 귀가하던 피해자를 폭행한 뒤 복도 쪽으로 끌고가는 모습. JTBC '사건반장' 캡처

A씨는 지난 12일 항소심에서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1부(재판장 최환)는 “재범위험성 평가도구 및 PCL-R 평가 결과에서 드러나는 A씨의 과도한 공격적 특성과 행동통제 능력의 결여, 반사회적 성격적 특성을 고려하면 과연 A씨에게 법을 준수하려는 기본적인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A씨는 피해자가 자신에게 욕하는 환청을 들었다거나 술에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등의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내세우고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감 이후에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나 자신의 전 여자친구에 대한 보복의 의지를 드러내고 수사기관과 법원에 대해 강한 적의를 표출하는 등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