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첫 장편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52)이 후속작 ‘헌신자’의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했다. ‘동조자’는 미국의 베트남전쟁에 대한 서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을 들었으며 그를 미국 내 이민자 문학의 대표 작가로 올려놓았다.
비엣 타인 응우옌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소설 두 편이 출간돼 기쁘다”면서 “두 소설은 70년 간의 베트남 역사와 정치, 문화가 배경이다. 네 살 때 베트남을 떠나 미국에서 자란 제 개인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출판사 민음사는 ‘헌신자’를 새로 내놓으면서 이전에 두 권으로 분권했던 ‘동조자’를 한 권으로 묶어 재출간했다. ‘동조자’가 베트남전 직후 미국으로 건너간 베트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미국의 식민주의를 돌아보게 한다면, ‘헌신자’는 베트남 공산정권을 탈출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베트남계 난민들로 구성된 밑바닥 세계를 배경으로 식민주의의 현재를 그려낸다. 두 소설은 식민주의에 대한 탁월한 분석과 스파이소설로서의 재미를 동시에 제공한다.
그는 “전쟁과 식민지배, 인종차별 같은 이 책의 주제들은 심각하고 무겁고 슬플 수밖에 없기 때문에 흥미롭고 유머러스하게 접근하기 위해 스파이소설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주인공을 일부러 혼혈로 만들었다”면서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고, 우리 삶 속에서 식민지화가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지 얘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비엣 타인 응우옌은 베트남전 참전국인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설이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을 위해 일하는 한국 건설업체 직원들이 우리 집에서 세를 살았다”면서 “저는 너무 어려서 기억이 없지만 제 형은 한국 세입자들에 대한 공포심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미군보다 한국 사람들의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 군인들은 정말 악명이 높았다. 공포의 대상이었다”면서 “이와 관련된 소설이나 이야기도 많다. 전투가 가장 격렬하게 벌어졌던 베트남 중부에서 농민들이 가장 공포스러워했던 상대가 바로 한국 군인들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군인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도 있었다”면서 “베트남 중부 ‘한미’라는 지역에서 165명의 민간인이 한국 군인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으로 남겨져 있고, 사실로 인정됐고, 한국 병사들도 인정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참전용사들이 그 마을에 추모비를 세웠는데, 그 추모비가 사람들 눈에 거의 띄지 않는 외진 곳에 세워졌다”면서 그 추모비를 보면서 “베트남이든 한국이든 과거사를 제대로 청산하거나 들여다보지 않고 넘어갔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베트남과 한국 간에는 역사적으로 공통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얘기했다. “두 나라는 모두 전쟁과 식민지배, 점령을 경험했다. 굉장히 폭력적인 과정을 통해 식민지배를 당했고 수백만 명이 희생됐다는 것도 비슷하다. 특히 미국이 두 나라의 역사에 미친 영향에서 공통점이 많다. 동족간 학살이 일어났다는 것, 과거사가 지금까지도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샌드라 오가 출연하는 HBO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다. 비엣 타인 응우옌은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을 너무 좋아한다”면서 “그가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박 감독을 미국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 저녁 식사도 같이 했다는 그는 “길게 이야기를 나눴고, 박찬욱이 훌륭한 영화감독일 뿐만 아니라 매우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래서 드라마화하는 것에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