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 가상 모델하우스… 현대차가 민 스타트업

입력 2023-06-15 16:20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배달비 고민이 싹 사라졌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퀴가 네 개 달린 로봇에 음식을 싣기만 하면 된다.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로봇이 스스로 배달에 나선다. 계단 등 장애물도 문제없다. 수평 이동 기술을 가진 로봇은 음식을 쏟지 않는다. 고객은 ‘음식이 배달됐습니다’라는 애플리케이션 메시지를 보고 로봇으로부터 음식을 받는다.

아파트 청약을 준비 중인 B씨는 모델하우스를 방문하지 않는다. 집 안에서 컴퓨터를 켜고 건설사 홈페이지에서 가상 모델하우스 페이지를 검색한다. 가상 모델하우스는 아파트 내외부 구조를 현장만큼 세밀하게 구현했다. 마감재 변경, 주방 구조 타입 바꾸기 등 내부 구조를 바꾸는 것뿐 아니라 일조량 체크까지 가능하다.

C씨는 최근 참신한 이미지의 아이돌에 빠졌다. 근데 그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이 만든 버추얼 아이돌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 같은 일이 실현될지 모른다. 현대차그룹이 15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연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행사에서 유망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모빈은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에서 분사한 업체로 배송 로봇을 만들었다. 이 배송 로봇은 자체 개발한 특수 고무 소재 바퀴로 다양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진 대표는 “24시간 순찰 로봇, 신호수 로봇 등에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빌테크는 실제 공간을 3D로 스캐닝해 3차원 정밀지도 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구현한 지도는 자율주행, 도시 관리, 가상 모델하우스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경북 포항 스마트시티 사업 공모에 선정돼 택시를 통해 도시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택시가 운행하면서 정보를 수집해 불법주차, 도로 불법 적치물, 도로 파손 등을 확인,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뷰메진은 자율 비행 드론과 AI 비전 기술을 결합한 건설 현장 안전 및 품질 검사 솔루션 ‘보다(VODA)’를 제공한다. 드론에 탑재된 고화질 카메라로 콘크리트 외벽의 미세한 결함을 탐지하고 데이터를 분석, 시각화할 수 있다.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는 가상현실 플랫폼 개발과 버추얼 아이돌 매니지먼트 등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를 한다. 이 회사는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MAVE)’를 선보였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감정 인식, 표정 분석을 통해 메이브를 만들었는데, 머리카락 움직임까지 반영할 정도로 기술을 발전시켰다고 한다. 올해 초 데뷔한 메이브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2300만 뷰를 돌파했다. 메이브는 2집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혁신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에 대한 발굴·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2017년 1분기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모셔널, 슈퍼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된 수치다. 황윤성 현대차·기아차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상무는 “전세계의 유망 스타트업과 혁신 파트너들을 적극 지원하며 그들의 성장 단계에 맞춰 전문적이고 다양한 육성 및 협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