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에도 쑥쑥 자란 탈북민교회…“더 많아진다고?”

입력 2023-06-15 15:14 수정 2023-06-15 16:07
탈북민교회 목회자인 이빌립 열방샘교회 목사가 지난 3월 예배당 밖에서 주일 예배를 마친 성도들과 주먹을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탈북민교회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부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회장 정형신 목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탈북민교회 수는 30% 넘게 늘었다. 교인 수는 2600명 이상이었다. 탈북민은 앞으로 더 급증할 거란 게 정부와 북한 전문가의 중론이다. 탈북민 사역자는 “남한 탈북민이 탈북민 선교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가 발표한 ‘2023년 전국 탈북민교회 기본 현황’을 보면 올해 탈북민교회는 72개로 지난해보다 4곳 늘었다. 2000년 이전 2곳에 불과했던 남한 탈북민교회는 2000년대엔 18개, 2010년대 51개, 2020년대엔 19개가 들어섰다. 이 가운데 2020년 전까지 세워진 교회 18곳은 재정과 목회자 건강, 사역 방향 등의 문제로 문을 닫았다.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서울목요모임 참석자들이 지난 6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 '통일기원북' 정자에 올라 북한 땅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담임 목회자는 남한 출신보다 북한 출신이 약 두 배 많았다. 담임목회자 출신 지역은 북한이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남한 24명, 중국 1명 순이었다. 탈북민교회 10곳 중 6곳 이상(65%)을 북한 출신 목회자가 담임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탈북민교회의 특징은 담임 목회자가 성비가 고르다는 점이다. 남성 39명과 여성 33명이 탈북민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사역 중이었다.

다만 출신 지역별로 살펴보면 격차가 벌어진다. 남한 출신 목회자가 담임하는 탈북민교회는 다수가 남성 목회자다.(남성 20명 여성 4명) 반면 북한에서 온 목회자가 담임하는 탈북민교회엔 여성 목회자가 더 많았다.(남성 19명 여성 28명) 정형신 회장은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탈북민 가운데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많기 때문”이라며 “신학교 졸업생도 여성이 더 많다. 탈북민교회 여성 목회자 비율은 앞으로도 높아질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탈북민교회인 하나로드림교회 성도들이 2019년 인천 강화도에서 여름수련회를 진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탈북민교회 담임목회자 절반 이상(52%)은 사례비 없이 사역 중이고 월수입 200만원 이하인 교회가 10곳 중 7곳(67%)인 상황에서도 탈북민교회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북기총에 따르면 전국 72개 탈북민교회 평균 교인 수는 36명이다. 지난해와 같은 수치지만 지난해 5월 이후 개척된 탈북민교회가 8곳임을 고려하면 성도 300여명이 늘어난 셈이다.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있다. 북한선교단체인 모퉁이돌선교회가 2018년 제공한 사진. 국민일보DB

탈북민교회를 찾는 탈북자는 앞으로 더 많을 거란 예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최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3개월여가 흘렀는데 과거 정부 5년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일 만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탈북민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봉쇄된 국경이 하나둘씩 열리고 세계 곳곳에서 북한 외교관 등의 잇따른 탈북 조짐이 드러나는 가운데 정부가 탈북 현황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사역자들은 탈북민교회와 남한교회 모두 ‘탈북러시’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초 탈북민 출신 목회자인 강철호 북기총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죽을까 두려워했던 사람들이 이젠 아사로 죽을까 걱정하고 있다. 소규모 선박을 이용하는 탈북자, 이른바 ‘보트 피플’이 앞으로 속출할 것”이라며 “지금 남한에 있는 탈북자를 품지 못하면서 새로운 탈북자를 품겠다고 할 순 없다. 우리 곁에 있는 탈북자와 함께 사역하면서 그들을 담아낼 ‘그릇’을 준비하자”고 요청했다.

정 회장 역시 “남한교회에 다니는 탈북민이 탈북민교회 소속 탈북민보다 3배 많다”며 모든 교회가 탈북민 사역에 관심을 가질 것을 역설했다. 그는 “하나님이 탈북민을 통해 하실 일을 성도들이 기대했으면 좋겠다”며 “한국 성도들은 탈북민을 전도하고 탈북민은 북한에 있는 가족을 전도하는 방식으로 복음 통일을 함께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