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기립박수, 국회서 보기 드문 장면의 주인공

입력 2023-06-15 14:46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기 위해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격돌해 ‘정쟁의 장’이 됐던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함께 기립해 박수를 보내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 발언을 끝내고 안내견 조이와 함께 자리로 돌아가자 소속 정당을 막론하고 여야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안내견 ‘조이’와 함께 연단에 올라온 김 의원은 점자 자료를 통해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 질의했다.

발언하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김 의원은 “저는 장애인 당사자이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비례대표 의원”이라고 운을 뗀 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질의를 시작했다.

김 의원이 한 장관에게 발언대로 나와달라고 하자 한 장관은 발언대로 올라와 김 의원에게 “김 의원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와 있습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자 김 의원도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김 의원은 장애인 예산 관련 질문을 하기 위해 한 총리를 발언대로 나와달라고 했다. 한 총리 역시 발언대에 올라 “국무총리 발언대에 나와 있습니다”고 김 의원에게 설명했다.

김 의원은 한 총리에게 장애인 예산 확대를 요청하면서 “장애인 정책이 이제 복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장애인의 자립과 경제활동 지원, 기본권을 보장하는 권리 예산으로의 방향 전환을 주문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질문을 마치자 동료 의원들이 격려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환경에 따라 성장 정도가 달라지는 물고기 코이를 소개했다.

그는 “(코이는)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난다”며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되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본회의장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박수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의원이 질문을 마치고 돌아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잘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 김 의원은 국회법에 보장된 대정부질문 시간인 20분보다 6분이 추가된 26분간 질의를 진행했다. 국회법 제122조 3항에 ‘시각 장애 등 신체장애가 있는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하는 경우 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별도의 추가 질문 시간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 의원은 2020년 당시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에 인재 영입됐으며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1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