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호, “아내가 이젠 퍼팅 라인 보는데도 개입해요”

입력 2023-06-15 14:27
15일 일본 치바현 치바 이즈미GC서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쳐 선두에 자리한 양지호가 캐디인 아내와 승리의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KPGA코리안투어에는 이른바 ‘와이프 캐디’와 함께 투어를 다니는 선수들이 몇 있다. 양지호(34)도 그런 선수다. 2020년에 결혼한 양지호는 작년부터 아내 김유정씨에게 캐디백을 맡기고 있다.

그리고 아내의 밀착 그림자 내조 덕에 작년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데뷔 15년만에 감격의 생애 첫 승을 거두기도 했다.

당시 대회 마지막날 18번홀(파5)에서 양지호가 우드를 꺼내 들자 안전하게 아이언으로 끊어 가자며 아이언을 건넨 장면은 작년 KPGA코리안투어 가장 많이 시청한 영상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양지호는 15일 일본 치바현 치바 이스미GC(파73)에서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도 아내와 동행했다.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오전조로 출발한 양지호는 7언더파 66타를 쳐 클럽하우스 선두에 자리했다.

양지호가 리더보드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에도 예외없이 아내 덕이었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아내가 곁에 있으니 심적으로 너무 편하다”면서 “오늘도 그랬다”고 아내와 투어를 함께 하는 가장 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내가 크게 간섭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요즘은 퍼트 라인을 봐주기도 한다. 틀리는 경우가 많아서 먼저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웃으면서 “내가 과도하게 화를 내지만 않으면 코스에서 부부싸움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양지호가 선두에 오른 이유는 또 있다.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서 활동한 경험 때문이다. 그는 “오랜만에 일본에서 경기를 해서 좋았다. 일본 1부투어와 2부투어에서 코로나19 이전까지는 계속 활동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부투어에서 좋은 성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뛰었다. 전체적으로 코스 세팅이 익숙한데다 아는 일본 선수들도 많아 낯설지 않았다”고 선전 배경을 설명했다.

대회 개막 전날 퍼터를 바꾼 것도 한 몫했다. 양지호는 그동안 사용했던 오딧세이 블레이드형 대신 투볼 퍼터로 과감히 교체했다.

그는 “퍼터를 잘 바꾸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에 샷과 퍼트가 따라 주지 않아 과감히 바꿨다”면서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오랫동안 사용했던 것처럼 편하다”고 했다.

이날 양지호는 보기 2개를 범했지만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골라 잡았다. 후반에 범한 보기는 3퍼트와 그린을 놓친 게 원인이었다. 이날 압권은 17번홀(파5) 이글이었다. 그린 주변 10야드 지점에서 친 칩샷이 그대로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2타를 줄였다.

그는 올 시즌 9개 대회에 출전, 미스컷은 2차례 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 중 하나가 생애 첫 타이틀 방어전이었던 KB금융 리브챔피언십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양지호는 “톱10 입상은 없지만 1, 2라운드까지는 상위권에 있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샷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주부터 샷이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욕심 내지 않고 매 대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치바(일본)=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