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사상 처음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체제 라이벌’로 규정하면서도 ‘파트너’로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변화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오전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에 속한 주요 인사들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했다. 이 문서는 숄츠 총리가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후 “시대전환”을 선언한 뒤 약 16개월 만에 나왔다.
76쪽에 분량의 전략 문서에서 독일은 중국과의 관계를 “파트너, 경쟁자, 체제 라이벌”이라고 칭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경쟁적 요소가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은 기존의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고, 점점 더 공격적으로 지역 패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의 이익과 가치에 모순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 안정과 국제 안보가 점점 더 압박받고 있으며 인권이 무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 기후변화 등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선 “필요한 파트너”라며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숄츠 총리는 이 전략 문서가 베이징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디리스킹(탈위험화)을 원한다”라고 답했다. 숄츠 총리는 오는 20일 독일을 찾는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독일은 이 문서에서 러시아에 대해 “현재 유럽·대서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며 “러시아가 핵무장을 확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계속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은 또 이 문서를 통해 향후 국방예산 규모를 “다년간 평균적으로” GDP의 2%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문서가 구체성을 띠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 보안 정책 전문가인 클라우디아 메이저는 “이 전략을 위한 새로운 추가 자원이 (문서에) 들어가 있지 않은데, 실행은 자원과 연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련 연구 기관인 로디움 그룹의 노아 바킨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가장 큰 안보 문제가 될 대만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