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고린도교회…바울도 때로는 협박을 했다

입력 2023-06-15 12:41 수정 2023-06-15 15:03
제16회 한신 신학심포지엄이 12~15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리조트에서 열렸다. 제이미 클락 솔즈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한신교회 제공.

“내가 매를 가지고 너희에게 나아가랴”

AD55년경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보낸 편지에 담긴 내용이다. 당시 고린도교회에는 분열 다툼 파벌 종교적 과시 등의 문제가 만연했다. 이 문제들에 대해 합리적인 논거를 바탕으로 정중하고 성숙하게 상대방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만이 바울의 스타일은 아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한신신학심포지엄 강사로 나선 제이미 클락 솔즈(남감리교회대학 퍼킨스신학대) 교수는 바울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제이미 교수는 “바울은 공식적인 토론의 말투 대신 고린도교회 교인들을 SNS 인플루언서에 열광하는 청소년 대하듯 묘사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고린도교회의 주요 문제는 자칭 ‘영적인 사람들’에 의해 발생했는데 바울은 이들을 뽐내는 사람들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바울은 모든 편지에서 자신이 설립한 교회에 속한 사람들에게 깊은 헌신의 태도와 염려를 보여주지만 이 방식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할 때는 노골적인 비아냥을 보내거나 겁을 주는 방식도 택했다. 제이미 교수는 고린도전서 4장에서 “너희가 이미 배부르며 이미 풍성하며 우리 없이도 왕이 되었도다…너희가 왕이 되기를 원하노라”라는 내용의 8절과 “…내가 매를 가지고 너희에게 나아가랴…”는 내용의 21절을 예로 들었다.

바울이 견지했던 ‘그리스도를 위해 카멜레온이 되는’ 접근 방식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초대교회 교인들에게 우상에게 제물로 바쳐진 고기를 먹을 것인가는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였다. 제이미 교수는 “바울의 요청은 다른 사람의 필요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권위나 권리를 내려놓고 사소한 일을 가지고 법석대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 말을 경계성에 대한 예민한 감각 없이 사람들이 우리를 함부로 무시하고 돌아다니도록 내버려 두는 동네북이 되라는 요청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바울의 방식이 우유부단하고 인정받을 만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부당한 비난”이라며 “바울의 글과 삶 죽음을 살펴본다면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어진 은혜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분별력 있는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현대화된 예배냐 전통식 예배냐의 문제를 비롯해 특정 음식이나 음료를 금하는 문제 심지어 코로나 시기 마스크를 착용하는 문제에도 바울의 가르침을 적용할 수 있다. 제이미 교수는 “바울은 공동선을 위한 최선 특히 우리 중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최선을 요구한다”며 “고기를 좋아하고 먹을 수도 있던 바울이지만 양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을 선택했음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제16회 한신신학심포지엄은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신학과 설교’를 주제로 강원도 오크밸리 리조트에서 12~15일까지 3박 4일간 열렸다. 한신교회(강용규 목사)와 레드랜즈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총장 크리스타 뉴커크)이 공동 개최하는 심포지엄에서는 제이미 교수 외에도 박준서(연세대 명예) 김지찬(총신대) 박찬석(미 우스터대 종신) 교수 등이 강의했다.

제이미 클락 솔즈 교수. 한신교회 제공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