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성폭력 사건 잘못 처리했다” 공식사과

입력 2023-06-15 12:33
지난해 10일 열린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제 모습. 뉴시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직장 내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사건 처리 등에 문제가 있었다며 15일 공식 사과했다.

영화제 측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지난 달 31일 보도를 통해 알려진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대해 먼저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죄의 뜻을 표명했다.

이어 “해당 사건에 대한 영화제의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입장 발표가 있었던 점 또한 뒤늦게나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권고 절차에 따른 내부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재발 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허 위원장의 사표를 처리한 문제에 대해서도 “피해자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영화제 측은 “해당 건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영화제의 산적한 문제와 맞물려 신고 이전에 이미 진행된 사임 의사를 받아들인 것”이라면서도 “이 역시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 않는 잘못을 범했다. 피해자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은 채 서둘러 사직 수리를 해 상처를 준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허 위원장의 사표를 철회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영화제 측은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했지만, 대법원 판례와 법률 자문 결과 허 집행위원장의 사직 수리를 철회하는 것은 위법한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15일 홈페이지에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올렸다.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캡쳐

영화제 측은 지난달 31일 냈던 공식입장 자료에서 ‘개인 문제가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는 복귀를 기다리기로 한다’면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번 성폭력 사건을 명확히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으로 다루고 진상 조사가 종료되면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와 사과문을 게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철저하고 투명한 사건 처리를 위해 외부 진상조사단(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상담센터)을 지정해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자신과 동급인 운영위원장 신설이 확정되자 이에 반발하며 사임서를 제출했다. 이후 영화제 한 직원이 허 위원장으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을 당했다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에 내용을 제보했다. 영화제 이사회는 지난 2일 허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