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서구 음악사는 거의 기독교 음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교회음악의 영향력이 컸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이런 흐름이 바뀌어 교회음악은 세속 음악과 분리되어 있다. 이번 코리안 크리스천 필하모닉(KCP)의 창단 연주회는 그 양자의 거리를 좁혀 다시 하나로 통합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어찌 보면 서구 기독교 역사는 교회음악의 성쇠와 그 궤를 같이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이 양자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교회가 쇠퇴하면서 교회음악도 함께 쇠락한 것인지, 교회음악이 위축되면서 교회의 세 또한 급격히 약화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늘날 클래식 음악과 교회는 더 이상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연주회의 개막 축사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바흐와 바로크 음악을 예로 들면서 교회음악의 복원이 클래식 영역에서부터 가능함을 언급했다. 그렇다. 예배의 영성 못지않게 음악에서도 잃어버린 영성을 되살리는 것이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보이는 이유는 이 양자가 불가분리(不可分離)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번 KCP의 창단 연주는 서울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를 주축으로 하고 여러 교회의 다양한 연주자들이 모여 이뤄졌다. 사랑의교회는 그간 문화 선교와 예술 선교에 앞장서왔고 이번에도 그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문화나 예술과의 소통 없이 ‘오직 성경, 오직 말씀’ 만으로는 한국교회 전통이 차세대로 하여금 교회의 문턱을 높게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오정현 목사의 목회 철학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영성 있는 음악 미술 무용 등을 향해 교회가 문을 열 때, 한국 교회의 새로운 질적이고 양적인 성장 동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사랑의교회와 오 목사의 믿음이 KCP를 통해 다시 한번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KCP는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김홍식씨를 위촉하였는데 지난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창단 연주는 그의 원숙함과 노련함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었다. 특히 바이올린의 한수진은 마치 하늘에 드리는 절절한 기도처럼 영성 깊고 울림 있는 연주를 보여주었다. 오르간의 최규미 또한 그 화려한 커리어만큼이나 웅혼하고 잔잔한 연주 기량을 보여주었다. 코리안 랩소디를 작곡한 조성원도 한국 교회음악의 중요한 재원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게 된 KCP가 한국 교회사에 또 하나의 에포크로 이어지길 기원해 본다.
글=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가천대 석좌교수
정리=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