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상장사 5곳의 동시다발적 하한가 사태에 연루된 주식투자 카페 운영자 A씨가 자신을 주가조작 세력의 배후라는 관측을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하한가 사태의 원인을 증권사의 반대매매로 지목하면서 친인척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15일 오전 9시8분 카페에서 유일하게 비회원에게도 공개한 공지문에서 “시장의 억측과 관련해 최소한의 사실관계만 우선 정리해 올린다”며 “두 딸을 비롯해 큰누나, 작은매형, 처형까지 반대매매로 인해 ‘깡통 계좌’가 됐다. 이들 계좌의 PB(프라이빗뱅커·고액 자산관리사)들이 모두 이 카페 회원”이라고 적었다.
그는 “동일산업과 동일금속은 2011년, 대한방직은 2013년부터 카페에 수많은 리포트를 작성한 종목이지만 카페 회원 가운데 이들 3종목을 보유한 경우는 5% 미만”이라며 “처음에는 1000명을 넘겼지만 주가 상승에 따라 대부분 차익실현을 하고 경영권 가치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진 초창기 주주들만 남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대한방직은 2017년 감사로 선임돼 3연임, 동일산업과 동일금속은 2021년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 확보해 주주제안을 했다”며 ‘최대주주 측이 배당 성향 상향을 포함해 공정한 경영실천을 약속하면서 주주제안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방직과 동일산업에서 경영권 확보를 앞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주가를 끌어내릴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만호제강과 방림에 대해서는 “이 카페에 제대로 추천한 적이 없다. 특히 만호제강은 리포트조차 올리지 않았다”며 “이들 두 종목을 보유한 카페 회원은 3% 미만”이라고 덧붙였다. A씨가 열거한 동일산업, 동일금속, 대한방직, 만호제강, 방림은 모두 지난 14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낮 12시까지 1시간여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하한가까지 추락했다.
A씨는 “제대로 된 주주행동주의를 통한 성공사례를 꼭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 꿈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헌신해 주신 분들이 마치 주가조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 했다는 모욕적인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며 “황망한 중에도 중심을 잃지 말고 견뎌내 주시길 바란다”고 카페 회원들에게 당부했다.
전날 발생한 5종목 하한가 사태는 지난 4월 24일 프랑스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창구를 통한 8종목 ‘매물 폭탄’ 사태와 유사한 흐름으로 시작됐다. 당시 8종목은 수일간 하한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배후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가 지목됐다.
라 대표는 2019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수법으로 주가 등락을 결정해 약 730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투자자와 증권가 안팎에서 5종목 하한가를 놓고 ‘제2의 라덕연 사태’가 재발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제의 5종목은 현재 거래정지 조치된 상태다.
‘라덕연 사태’를 계기로 지난 1일 불공정거래 특별단속반을 설치한 금융감독원은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별단속반은 오는 12월까지 운영된다. 불공정거래 단서를 수집하고 혐의점을 포착하면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