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금리인상 잠시 멈춤…하반기 추가 긴축

입력 2023-06-15 05:25 수정 2023-06-15 06:22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그러나 올해 말 목표 금리를 5.6%로 상향 조정하며 향후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동결이 ‘일시 멈춤’ 성격으로 금리 방향의 전환이 아니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00~5.2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해 3월 이후 10연속 상승한 뒤 처음 동결됐다.

연준은 그러나 금리 전망을 제시하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목표 금리를 5.62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3월(5.125%)보다 0.5% 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연준이 새로 제시한 목표 금리를 달성하려면 향후 최소 두 차례 회의에서 0.25% 포인트씩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해부터 우리는 금리를 5% 포인트 인상했지만, 긴축의 완전한 효과는 아직 느껴지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며 “거의 모든 위원이 올해 중 추가 금리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말했다.

FOMC 위원 18명 중 연내 금리 인하 의견은 한 명도 없었다. 연말까지 금리 동결을 유지하자는 의견도 두 명뿐이었다. 반면 0.75~1.0% 포인트까지 높여야 한다는 매파 위원은 3명이나 됐다.

연준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연말 3.9%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월(3.6%)보다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연준 관리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0%로 직전(0.4%)보다 0.6% 포인트 높였고, 실업률 전망치는 4.1%로 직전 예측(4.5%)보다 낮췄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의 정책 결정은 최근 몇 달간 상충하는 경제 데이터로 더욱 복잡해졌다”며 “고용이 버티고 있고, 주택 시장은 높은 금리에도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잠시 동결’에 나선 건 물가와 경제전망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긴축 통화 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한 시차와 신용 긴축으로 인한 역풍 가능성이 있어서 이날 우리는 정책 금리를 변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금리 인상을 멈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그간의 통화 정책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동결 없이 목표 수준까지 금리를 계속 올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긴축)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며 “속도의 문제는 수준의 문제와 별개”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결정은 연준 관리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금리를 너무 높이거나 빨리 인상하는 (역풍) 위험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해 전략을 바꾸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이번 (목표금리) 예측은 위원회의 결정이나 계획이 아니다”며 “경제가 계획대로 가지 않으면 정책 경로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절하게 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다음 회의에서 일어날 일을 포함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7월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지지 분위기는 없었다”고 여지를 남겼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