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막 규제’의 근거가 되는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중단했다. 귀촌을 준비하는 장년층의 반발이 거세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정부가 뒤늦게 백기를 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황근 장관의 지시로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중단한다고 14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현장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보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입법예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달 12일부터 농막 불법 증축과 별장 사용 등 불법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 중이었다.
기존 개정안은 농막 면적과 용도를 제한해 불법 증축, 농업과 무관한 주거용 별장 사용 등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농업과 무관한 취침·숙박·여가 시설 활용 등을 법으로 금지하고, 농막 내 취침 공간·주방·욕실 등도 농막 바닥면적의 25%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해 농막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앞서 정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불법 증축된 농막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법령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일률적인 규제 방안을 두고 주말농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귀촌을 준비하는 장년층들 사이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소멸 위기인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과잉 규제’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농막 규제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직접 전달됐다.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열린 대통령 오찬 행사에서 농막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를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주 원내대표가 “농민들이 농막과 관련해서 걱정들을 많이 한다”며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파악하고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안 그래도 그렇게 한다”며 “당장 할 건 아니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답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