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의 반달곰 ‘오삼이’…포획 중 익사 추정

입력 2023-06-14 20:49
2018년 앞다리 골절 수술 후 재활 중인 반달가슴곰 오삼이(KM-53). 환경부 제공

한반도 중남부를 탐험하며 살아온 수컷 반달가슴곰 오삼이(8)가 사망했다.

환경부는 오삼이(관리번호 KM-53)가 13일 경북 상주시에서 폐사했다고 14일 밝혔다.

오삼이의 관리번호 KM-53은 ‘국내에서 태어난 53번째 수컷 반달가슴곰’을 뜻한다. 오삼이의 이름도 관리번호에서 따왔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오삼이는 마취 포획 과정에서 숨졌다. 동면에서 깨어난 반달가슴곰은 3~4월 쯤에 활동을 시작한다. 공단은 반달곰에 붙여둔 위치 추적 장치의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오삼이를 추적해 왔다.

오삼이는 지난 13일 상주시 인근 저지대의 민가와 경작지 인근에 출몰했다. 그날 밤 인근 민가로부터 100m 떨어진 곳까지 오삼이가 접근한 것을 확인한 공단 관계자는 안전 사고 등을 우려해 포획에 나섰다. 이후 공단관계자가 쏜 마취총에 맞은 오삼이는 산 속으로 달아났고 이후 근처 계곡에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오삼이는 10분 동안 응급 처치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사망 원인에 대해 “마취 후 계곡으로 이동하던 중 힘이 빠지면서 계곡 하부에 쓰러져 익사한 것 같다”며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년 5월 시속 100km로 달리던 고속버스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 치료를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으로 이송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오삼이의 모습. 환경부 제공

2015년 1월에 태어난 오삼이는 같은 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다. 2017년 6월 지리산이 아닌 수도산에서 발견돼 큰 주목을 받았다. 2018년 5월에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나들목 인근에서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지만 수술받고 회복돼 더욱 유명해졌다.

어린 성체였던 오삼이는 지리산 안의 짝짓기 경쟁에서 밀려 서식지를 옮겨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주 활동 지역은 덕유산-가야산-수도산-민주지산 권역이었다.

올해는 지난 3월 29일 가야산에서 겨울잠에서 깬 뒤 어린이날까지는 가야산·수도산·만주지산에서 활동했다. 이후 5월 10일까지는 충북 영동군과 옥천군 일대, 이후에는 가야산에서 70㎞ 떨어진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 일대에서 활동해 왔다.

오삼이는 서식지를 옮겨 다니며 숱한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다. 작년과 재작년 반달가슴곰이 일으킨 재산피해 76건 가운데 52건(68%)을 오삼이가 일으켰다. 지난달에는 충북 옥천군 한 농가에서 벌통 6개를 부순 뒤 꿀을 먹고 달아나기도 했다.

오삼이가 숨지면서 야생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86마리에서 85마리로 줄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