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8천원’ 결식아동 카드 가맹점에 ‘고오~급’ 오마카세

입력 2023-06-14 18:54

서울 강남구에 사는 중학교 2학년생 A양은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 대상이다. 그는 서울 ‘꿈나무카드’로 한 끼에 8000원을 지원받는다. 그런데 카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용 가능 식당을 검색하면 지원금으로는 현실적으로 갈 수 없는 오마카세(맡김 차림) 전문점 등 고급식당이 아동급식지원 가맹점으로 뜬다. A양은 14일 “앱으로 가맹점을 검색하면 오마카세 식당, 참치집 등 그림의 떡인 고급식당들뿐이어서 편의점에서 주로 끼니를 채운다”며 “화면의 식당을 눌러보면서 지원금으로는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신한카드를 통해 아동급식을 지원한다. 하지만 신한카드의 ‘아동급식카드 가맹점 찾기’ 기능을 보면 결식아동이 꿈나무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10만여개의 가맹점 중 저녁 기준 20만원짜리 오마카세 일식당, 한 메뉴 값이 10만원에 육박하는 양식집 등 지원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고급식당이 다수 등록돼 있다.

하지만 현재 아동급식비 권고금액은 한 끼에 8000원이다. 하루 이용 한도도 2만4000원이다. 결식아동이 세 끼 지원비를 보아 2만4000원을 한 번에 쓴다고 해도 이런 고가의 식당은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급 식당이 가맹점으로 지정돼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결식아동 가맹점 지정 기준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꿈나무카드 담당자는 “꿈나무카드 가맹점의 경우 신한카드 내에 일식, 한식, 중식 등 카드 가맹점 분류에 해당할 경우 자동으로 모두 가맹점으로 등록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아동급식지원 가맹점으로 등록된 식당 중에서도 아예 급식비 지원 제도 자체를 모르는 곳이 많다. 강남구 청담동의 한 오마카세 식당 관계자는 “이곳에서 꿈나무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 알았다. 식당이 문 연 이래 그런 카드를 사용한 아동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고급 식당 측도 “음식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급식카드를 사용하러 오는 아이는 없었다”고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편의주의가 결국 지원 대상 아동에게 상처와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다. 아동이 가맹점을 검색해도 식당 메뉴 가격 등에 대한 설명이 없어 인터넷으로 일일이 검색하거나 식당에 직접 문의를 해야 한다. 결식아동 지원대상인 B군(16)은 “인터넷으로 하나씩 확인해야 하고 검색되지 않는 곳은 직접 전화해서 얼마인지 물어봐야 하는데, 대부분 지원금 이상의 가격이라 물어볼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 아동급식지원 가맹점으로 지정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지침을 개정해 가맹점 지정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며 “지원금액도 현실화할 수 있도록 내년도 지침개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