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와 동구의 가파른 보행 환경이 정비된다. 부산시가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입한 ‘15분도시’ 정책이 서구와 동구에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부산시는 지난 13일 서구청에서 ‘15분도시 비전투어 시즌2’를 개최한 데 이어 15분도시 우선 과제로 ‘1800계단 이음길 조성 사업’을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15분도시는 집에서 출발해 걷거나 자전거·대중교통을 타고 15분만 이동하면 회사, 상권, 의료 등 일상생활이 가능한 도시를 말한다. 하지만 부산은 시민 10명 중 8명이 10도 이상의 경사지에 살고 있어, 가파른 보행 환경이 15분도시 조성의 우선 개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15분도시 비전투어 시즌2 서구편에 참석한 청중참여단·정책평가단 등 200여명도 가파른 계단 도로 개선 사업에 손을 들었다. 이들은 서구의 15분도시 우선 과제를 선택해 달라는 질문에 ‘1800계단 이음길 조성’ 사업을 다수결로 선정했다.
이 사업은 서구종합사회복지관을 오고 가는 보행 약자와 관내 가파른 계단에 수직형 교통수단을 설치하고 계단 길을 일제 정비하는 사업이다. 1800계단은 서구에서 정비가 필요한 계단 147곳의 계단 총수를 말한다.
이곳은 산복도로가 가진 역사성, 문화적 가치 등으로 일제 정비가 쉽지 않아, 주민들이 장기간 불편을 겪어 왔다.
시는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서구 3개권역 147개 지역을 차례대로 정비할 방침이다. 노후 계단길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서구종합사회복지관 주변에 수직형 엘리베이터 1기와 보행교를 설치한다.
시는 총 1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인구소멸 대응 기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동구는 산복도로 계단 길 보행자 불편 해소를 위한 이동편의시설 설치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완료함에 따라 7개 지역에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대상지는 초량 48계단, 동구 체육공원 공영주차장 옆 계단, 경남여고 후문 앞 계단, 동여자중학교 계단, 수정4동 공영주차장, 이중섭 계단 등이다.
사업비 191억원은 시에서 추진 중인 15분 도시 관련 사업 예산이나 인구소멸 대응 기금 등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구는 좁고 가팔라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산복도로 7곳의 계단도 넓고 낮게 고치기로 했다. 산복도로 일부 계단은 발을 디딜 넓이가 채 30㎝도 되지 않을 정도로 협소하고 계단 간 높이 차이도 커 노약자 보행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5분도시의 목표는 행복한 도시고, 도시 곳곳에 시민 공동체가 활성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산복도로 전반에 15분 보행 생활권이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