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14일 재발했다. 지난 4월 프랑스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창구를 통한 8종목의 ‘매물 폭탄’ 사태처럼 5개 종목이 비슷한 시간대에 하한가까지 급전직하했다. 개인투자자 커뮤니티에서 한 네이버 카페 운영자가 배후로 지목됐다.
문제의 종목은 합금철 제조업체 동일산업, 철강선 제조업체 만호제강, 건설기계 부품제조업체 동일금속, 섬유업체 대한방직과 방림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동일산업은 30.00%(6만6000원) 급락한 15만4000원, 만호제강은 29.97%(1만9600원) 떨어진 4만5800원, 대한방직은 29.96%(1만6300원) 추락한 3만8100원, 방림은 29.9%(2180원) 밀려난 51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일한 코스닥 상장사인 동일금속은 2만1700원까지 30.00%(9300원) 폭락했다.
이들 5개 종목은 철강 관련 3곳과 섬유 관련 2곳으로 일부 유사점을 가졌지만, 기업별 악재나 산업의 부정적 소식 없이 일제히 급락했다.
매도 주문은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같은 국내 증권사 창구에서 쏟아졌다. 5개 종목은 오전 10시쯤 약세에 들어갔다.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전후 사이 1시간여 동안 가격제한폭의 하한선(하한가)까지 추락했다. 이후 반등 없이 마감까지 하한가를 유지했다. 하락 시점과 주가 흐름만 유사할 뿐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이들 5개 종목의 동시다발적인 하한가를 놓고 증권시장 안팎에서 ‘라덕연 사태’가 재발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는 2019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수법으로 주가 등락을 결정해 약 730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24일 SG증권 창구에서 ‘매물 폭탄’을 솓아낸 8종목은 수일간 하한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라 대표처럼 특정인에 의한 주가 조작 가능성이 주식 커뮤니티에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네이버에 개설된 한 카페 운영자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1000명 이상의 회원을 유치한 이 카페 운영자는 이날 하한가 종목들에 대한 글을 여러 차례 게시했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개장을 앞둔 오전 6시쯤 턱 골절상에 따라 입원할 계획을 밝히며 ‘개인적 사유로 통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 운영자는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된 2021년 재판에서 징역 2년의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원을 선고받은 이력을 가졌다. 이날 폐장 직전인 오후 3시29분 ‘황당한 루머가 난무한다’며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반박했다.
금융감독원은 하한가 종목들을 놓고 한국거래소와 함께 긴급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같은 시간대에 급락한 대목에서 시세 조종 등 불공정 행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거래소와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