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세 이하(U-20) 남자축구 대표팀이 금의환향했다. 무관심을 환호로 바꾼 U-20 월드컵 4강 주역들은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돌입한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환영식에 참석했다. 지난달 7일 조용했던 출국 당시와 달리 이날은 수백 명의 팬들이 모여 선수들을 맞이했고, 부상으로 조기 귀국한 박승호(인천)도 휠체어를 타고 동료들을 맞았다.
한국은 앞선 2019년 대회(준우승)에 이어 2연속 대회 4강 쾌거를 이뤘다. 스타플레이어 부재, 부상 악재, 코로나19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며 우려가 컸지만, 프랑스 에콰도르 나이지리아 등 강호들을 격파하는 등 결과를 만들어 왔다.
따뜻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끈 김 감독은 “선수들은 자신에게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며 “지도자로서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것 외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김 감독을 헹가래 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주장 이승원은 4강을 확정한 나이지리아전을 떠올리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코치진을 포함해 모두가 경기장으로 뛰어가는 모습에 뭉클했다”며 “준비한 게 이뤄지고 결실이 나오고 있다는 게 보여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원은 공격포인트 7개(3골 4도움)로 지난 대회 이강인(2골 4도움)의 기록을 넘어섰고, 대회 브론즈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강인을)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며 “앞으로 그 길을 따라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나이지리아전 결승골을 포함해 이승원의 크로스를 두 번이나 헤더 골로 연결한 ‘골 넣는 수비수’ 최석현(단국대)은 “소속팀에서는 역습을 막는 역할을 맡아 한 골도 넣지 못한 상황”이라고 웃으며 “(이승원이) 크로스를 잘 올려준 덕분에 나도 운 좋게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이제 각자의 소속팀으로 돌아가 생존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 배준호(대전)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에 나온 적이 없었다. 김 감독이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많이 못 뛰어서 경기 체력이 가장 걱정됐고, 실제로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가장 힘들어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김 감독은 제자들을 향해 “소속팀에서도 자신과의 경쟁, 선배와의 경쟁에서 이겨서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대회는 끝났지만,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2연속 4강 진출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기록”이라며 환영식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며 “이제 소속팀에 돌아가 선배들과 경쟁해야 한다. 대회에서 보여준 기량을 소속팀에서 보여주길 바란다. 성인 대표팀에서도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