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사용됐던 시 슬로건 ‘아이·서울·유(I·SEOUL·U)’에 대해 “시장 복귀 첫날부터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가 올해 교체해 디자인을 확정한 뒤부터 사용할 새 슬로건은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이다.
오 시장은 14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슬로건을 바꾸려면 시에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쓸데없이 많은 돈이 들어가고 브랜딩 효과가 떨어진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 누가 바꾸자고 했는가”라는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제가 했다”고 답했다.
이어 “보궐선거로 시에 다시 들어온 첫날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의회 사정상 동의를 받을 의석 분포가 아니었고, 조례로 만들어놔 손을 댈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2006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처음 당선돼 시정을 맡아오다가 관내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여율 미달에 따른 개표 무산의 책임을 지고 2011년 8월 26일 사퇴했다. 2021년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시정에 복귀했고, 지난해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서울시장 복귀 2년 만에 슬로건을 교체했다.
오 시장은 “‘아이·서울·유’는 탄생할 때 시민 동의율이 34%일 정도로 낙제점을 받았다. 그것을 몇 년 동안 홍보하고 익숙하게 만들었지만, 해외 반응을 언급할 가치조차 없을 만큼 인지도나 호감도가 매우 열악했다”며 “서울의 호감도를 증진하는 데 매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되고 나서 최우선 순위로 바꾸고 싶었다. 당시 문제를 제기하려는 듯한 기세만 보여도 시의회에서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반대해 바꾸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아이·서울·유’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설문조사에서 인지도와 호감도가 꾸준히 상승했지만 지난해 급락했다. 슬로건 교체의 근거로 삼으려는 노력이 아니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마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리서치 조작에 가까운 무언가를 한 것처럼 말씀하신다”고 반박 취지로 답한 뒤 “(박 전 시장의 집권 시절) 2021년까지 매년 ‘아이·서울·유’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리서치를 활용했는데, 리서치를 빙자한 홍보”라고 되받았다.
박 의원이 새 슬로건 선정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아이·서울·유’를 후보 중 하나로 넣었어야 했다고 주장하자 오 시장은 “‘아이·서울·유’를 지난 몇 년간 사용했는데 어떻게 공평한 경쟁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