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소도시의 International Church에 Co-pastor로 부임한 지 6개월이 채 못되어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역하러 갔으나 사역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함께 사역하자고 나를 불러 낸 사람이 나를 견제하고 밀어내자고 작심을 했으니, 아무리 참을성이 많은 나라고 해도 참고 버틸 상황은 아니었다. 전혀 예상 밖의 전개였으나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정확한 시간에 노인 아파트에 입주하게 된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였다. 다달이 받는 SSA 소득이 매우 적었지만, 노인 아파트의 월세는, 그 소득이 얼마가 되었든 소득에 비례하기 때문에 굳이 일하지 않아도 버틸 수는 있게 되었다. 짐을 다 정리한 후, “OOO Girl’s Bible Study”광고지를 만들어 매니저 Mary를 찾아갔다.
그녀는 러시아계 미국인이었고 흰 얼굴에 불그레한 혈색의, 내 또래의 사람이었다. “Hi, Mary! Are you Christian?” “Yes!” 그녀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How about this?” 만들어간 성경공부 광고지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고, 그녀는 쾌히 허락을 해 주었다. 성경공부 광고지를 복사하여 우편함 위의 게시판과 아파트 사무실 문에 붙였다.
고맙게도, Mary는 그 커뮤니티의 월간 소식지에 그 광고지 전면을 실어 주었다. 아파트는 A, B, C, D, E, F. 총 6개 동의 건물에 사무실과 커뮤니티 룸, 공공세탁장을 제외하고 100개의 방이 있는 꽤 괜찮은 아파트로 먼저 10개월 살던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나았다. 3층 건물이지만 엘리베이터는 물론 방마다 노인들을 위한 비상장치들이 되어 있었다. 거주자들은 거의 미국인들, 그리고 이탈리아계, 남미 계통이었지만, 아시아계도 몇 명 있었다. 대상을 할머니들로 제한시킨 이유는, 미국 할아버지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짐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일단, 영어 찬송가들을 큰 글씨로 타이핑해 준비하고 노인들이라면 대체로 가진 질병들, 당뇨 고혈압, 콜레스테롤에 저촉되지 않는 식단을 짰다, 채소와 흰 살 생선을 위주로, 새우볶음 밥, 노인들에게 무리가 없을 한식으로 성경공부 시간마다 다르게 준비를 했다. 그렇게, 그해 11월 첫 주 금요일부터 그 노인 아파트의 할머니들과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 시간에 모인 할머니들이 8명,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대체로 가톨릭 배경의 신앙들을 가졌고, 그들이 들고 온 성경들은 글씨가 작고 오래된 것들이었다. 성경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준비한 음식들을 대접했다. 충분히 융합된 분위기에서 그날 주제에 맞는 찬송가를 서너 곡 부른 후, 성경을 열고 느슨한 속도로 함께 말씀을 읽기 시작했다. 읽은 본문의 개요를 설명하고 각자의 소견들을 나눈 후, 본문으로 접근해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했다.
처음엔 커뮤니티 룸에서 성경공부를 했는데, 그 아파트 입주자들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는 장소이다 보니 주의가 산만해지곤 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이, 내 방으로 장소를 옮긴다고 광고를 하고 월마트에 가서 접었다 펼 수 있는 큰 테이블을 사 왔다. Maintenance팀으로부터 커뮤니티 룸의 의자들을 빌렸다. 내 방에도 소파와 의자들이 있었지만, 체격이 큰 미국 할머니들이 앉기에는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내 방에서 성경공부를 하게 되니 준비된 음식이나 성경공부 자료들을 들고 나갈 필요가 없어져 훨씬 수월해졌다. 음식과 찬양, 공부할 자료들을 준비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입에서 영어가 술술 나오는 것이 아니니, 일일이 다 타이핑을 해서 미리 준비했다.
그러나, “한 영혼이라도 구원해 주신다면…! 하는 기대와 소원이 있었기에 기도와 감사로 준비를 했다. 개중에는 개인적인 심부름을 부탁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것 역시 사역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었기에.
그러는 가운데, 참석하던 할머니가 병원에 가게 되든가 오는 걸 잊어버리게 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평균 나이가 75, 6세 정도였으니. 세상만사 정확하고 완벽하게 돌아가는 일이 어디 있으리? 몇 명이 참석하게 되든지, 준비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차질없이 준비해야 한다, 음식과 찬양과 말씀을. 그렇게 가고 있던 어느 날, 000 목사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김승인 목사, 내가 뭐 도와드릴 것 없어요? 아파트비 1년 치를 내 드릴까요?” 방송국 사장 공개채용에 서류를 제출하라고 권고하던 분께서 미안함을 느끼셔서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받을 이유는 없었다. 순간,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목사님, King James 성경, 큰 글자로 열 권만 보내 주세요. 지금 노인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데 성경들이 다 다르고 너무 오래되어서요.” 그렇게 해서, 그 목사님의 마음도 홀가분하게 해 드리고 노인네들에게는 큰 글자성경을 나눠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새 성경을 받아 든 할머니들이 얼마나 기뻐 들 하시든지. “제발, 그 성경들 열심히들 읽으시고 천국 가는 길 헤매지 맙시다!”
그렇게, 노인아파트에서 할머니들과 성경공부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지난 어느 날, Debbie 할머니 혼자만 참석하게 되었다. 나는 준비했던 음식을 그녀와 나눈 후, “That’s it!”(여기까지!)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그 상황을 매니저 Mary에게 보고했다. 물론, 매니저에 보고한 것은 비단 이 때만은 아니었다. 성경공부를 하는 내내, 아예 그날의 성경공부 순서지에 무엇을 공부했고 어떤 찬양들을 불렀고 누가 결석을 했고 참석했는지, 세세히 서면으로 보고를 했었다. 그 Site의 총책임자인 그녀가 파악하고 있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을 했으므로. Mary는, 이곳에서 모이는 일이 원래 쉽지가 않다고 말을 했다. 그래도 10개월이나 계속된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000 Girl’s Bible Study” 후기 – 그 노인 아파트에 가톨릭 신학교에서 교수를 했다던 백발의 할머니가 계셨다. 한번 오라고 해서 갔더니, 그 할머니 방에는 히브리어, 헬라어 원본 서적들이 쌓여 있었고, 내 성경공부에 나오시던 할머니 두어 분이 그리로 나누어져서 그 할머니의 히브리어/헬라어 성경공부 시간에 참석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들었다. 뭘 어떻게 가르치고 배웠는지는 알 수가 없다. 웃기는 일은, 내 성경공부가 중단되자 그녀의 히브리어/헬라어 성경공부도 흐지부지되었다는 사실.
*홈리스를 위한 5분 Devotion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사명도 살아있다! 사례비를 받느냐 아니냐, 장소가 어디냐, 대상이 누구냐 와는 상관이 없다. Homeless 사역을 하는 0000 교회로 찾아갔다. 일손이 모자라니 평일에도 나와서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고 점심시간에 가서 보니, 홈리스에게 점심을 준비해서 먹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배고픈 사람들에게 밥을 먹이고 있었는데…? 담당 사역자에게 물었다. “Only food? How about their salvation?”(밥만 먹이나요? 저들의 구원은요?) <계속>
◇김승인 목사는 1947년에 태어나 서울 한성여고를 졸업하고 1982년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LA 기술전문대학, Emily Griffith 기술전문대학을 나와 패션 샘플 디자인 등을 했다. 미국 베데스다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북미총회에서 안수받았다. 나성순복음교회에서 행정 비서를 했다. 신앙에세이를 통해 문서선교, 캘리포니아에 있는 복음방송국(KGBC)에서 방송 사역을 했다.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논픽션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했다.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