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태권도협회 김경덕(76·덕평교회 안수집사) 회장은 외손녀가 보낸 기도편지를 내밀어 보였다. 여름방학을 맞아 캠퍼스선교단체(IVF)에서 몽골로 단기선교를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경북 군위에서 교회(산성교회)를 세운 외할머니로부터 손녀까지 5대째 예수를 믿는 집안’이라는 그의 말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태권도와 신앙. 두 가지는 김 회장의 인생을 견인한 근본과도 같다. 공인 9단인 그는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6학년 때 태권도에 입문한 뒤 지도자와 행정가를 거쳐 등록 체육관만 2500개가 넘는 시도 단위로는 한국에서 가장 큰 단체의 수장이 됐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모든 여정이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했다.
2016년 경기도태권도협회 초대 통합회장(전문체육·생활체육)에 당선됐고 2020년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1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태권도 활성화뿐 아니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힘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 회장은 2011년 협회 상임부회장이 되면서 17개 시도 협회 가운데 최초로 신우회를 조직했다. 태권도를 사랑하는 기독인들이 매주 한 번씩 모여 기도했다. 김 회장은 “기도 덕분인지 임기 동안 하나님께서 길을 많이 열어주셨다”고 했다.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브라질 중국 등에서 신실한 크리스천들이 협회와 협력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선교사들은 태권도 세계화의 주역이기도 하니 윈윈인 셈이다. 김 회장은 태권도를 접목하는 선교사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다.
김 회장은 태권도가 가진 선교적 가치가 크다고 했다. 동서냉전 시대에도 태권도인은 공산국가라도 쉽게 들어갔다는 것. 그는 “선교사들도 일찍이 태권도를 사역에 접목해 왔다”며 “최근에는 세계적인 생활체육으로 주목받으면서 태권도가 현지인들과의 접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협회와 긴밀하게 사역하고 있는 태국 파타야의 소한실 선교사(기감 파송)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협회와 소 선교사가 파타야시에서 대형 태권도 이벤트를 개최했다. 뜻밖에도 코로나가 길을 열었다. 협회는 일찍이 태국에 진출했다. ‘왕실공주컵’을 개최해 6회가량 재정과 인력을 지원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대회가 중단됐다. 마침 소 선교사로부터 파타야에서 대회를 열고 싶다는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2019년부터 협회 이름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대회를 열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다. 파타야시 고위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여러차례 초청해 태권도를 홍보했다. 시의 지원이 확대되면서 지난 4월에는 국제규모로 대회가 열렸다. 약 160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응원단도 많이 왔다.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 가득 찼다. 대회가 커지는 과정에서 소 선교사의 사역도 활력을 얻었다. 시에서 운영하는 11개 초·중학교에 태권도 수업이 개설됐다. 현재 5개 학교에 소 선교사와 제자들이 강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 회장의 선교적 사명감은 지난해 3월 코로나를 심하게 앓은 이후 더 짙어졌다. 김 회장은 “하나님께서 이 자리까지 인도하신 이유가 분명히 있음을 느낀다”며 “남은 임기는 더욱 하나님의 일에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