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말레이시아 여객기 MH370편 실종 사건을 희화화한 싱가포르 출신 미국인 코미디언 조슬린 치아의 공연 영상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크게 논란을 일으켰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인터폴에 치아에 대한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14일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동 중인 치아가 최근 뉴욕의 한 코미디클럽에서 한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되면서 크게 논란이 됐다. 치아는 미국에서 태어나 싱가포르에서 자라 미국 국적을 소유한 변호사 출신 코미디언으로, 이 무대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치아는 해당 공연에서 19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자치구에서 독립해 자치국가가 된 사실을 언급하며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를 차버렸지만, 싱가포르는 선진국이 돼 ‘이별 후 최고의 복수’를 했다”며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아직 개발도상국”이라고 말했다. 치아는 “비행기가 날 수 없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인들이 수년 동안 싱가포르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농담에 일부 청중이 반응하지 않자 치아는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이 웃기지 않죠?”라며 “어떤 농담은 착륙하지 않는다(don't land)”고 덧붙였다.
이 같은 표현은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사건을 희화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4년 3월 8일 말레이시아 항공 MH370편 여객기는 중국인 등 승객 239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이륙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실종됐다. 말레이시아와 인접국들이 오랫동안 수색 작업을 펼쳤지만 동체를 찾지 못해 ‘항공 사고 역사상 최악의 미스터리’로 남았다. 해당 사건은 올 초 넷플릭스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MH370·비행기 실종 사건’를 통해 알려지며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이 영상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크게 논란이 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치아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 데 이어 법적인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최대 정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청년 당원들은 치아의 모욕적인 행동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9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향해 행진했다. 싱가포르 외교장관도 “끔찍한 발언에 경악했다”며 “치아가 싱가포르인들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치아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 데 이어 법적인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인터폴에 치아의 신원과 위치 확인 등을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말레이시아 국영 버나마 통신은 “치아가 선동, 모욕적 온라인 콘텐츠 발행 등과 관련된 말레이시아 법에 따라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언론 자유와 비판적 목소리를 과도하게 억압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예술가, 공연가, 정치 활동가 등 87명을 기소했다.
치아는 “1년 반 동안 100번 넘게 아무 문제 없이 해온 코미디”라며 “짧은 영상으로 올리면서 맥락상 필요한 부분이 빠졌다”고 CNN에 해명했다. 그는 “현장 관객들을 놀리고 조롱하는 것이 코미디언들에게는 흔한 문화”라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