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프로젝트 내려놓고 ‘약함’의 선교로 나가야

입력 2023-06-14 15:26 수정 2023-06-14 15:46
선교 관계자들이 14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크리스텐덤 선교 방식을 극복하는 방안 등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해외선교가 ‘현지인과 동역하는 선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현지인들이 현지 교회의 주체로 설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도와 재정 후원 방식 위주의 해외 선교가 ‘지금 여기서’ 선교적 삶으로 살아내는 선교 패러다임의 전환도 강조됐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14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엔코위) 이틀 차를 맞아 서구의 크리스텐덤(기독교제국) 방식을 학습한 한국 선교를 성찰하며 새로운 선교 방안을 모색했다.

세 명의 선교사가 발제한 오전 주제 강의에서는 ‘세계 기독교’ ‘현지인과 동역하는 선교’ 등의 키워드가 꼽혔다. 임태순 한국해외선교회개척선교회(GMP) 선교사는 크리스텐덤 선교 운동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희생적 삶과 섬김, 영적 능력 등에 기초한 초기 기독교의 선교 영성을 담아내는 선교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비서구권 교회와 함께 이 같은 선교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초기 기독교가 걸어온 ‘약함의 선교’를 실천한 많은 사례를 발굴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세계 기독교 상황에 맞게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22년간 아프리카 차드에서 사역하는 김영섭 선교사는 아프리카 현지인이 필요로 하는 무슬림 및 미전도종족 사역, 제자 양육, 성경 번역, 전문인 사역 등에 한국교회가 협력할 것을 당부했다. 또 현지 문화와 언어 등을 이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강조한 그는 “선교사는 할 수만 있으면 흩어져 현지인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권면했다.

한종석 성경번역선교회(GPT) 선교사도 세계 기독교에 한국 선교가 긍정적인 기여를 지속하려면 현지 크리스천과 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지인들이 권위를 갖고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고 외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으며 복음을 힘있게 증거하는 공동체로 나가도록 역할을 하자”고 제언했다.

주제강의를 들은 600여명의 참석자들은 소그룹 시간에 크리스텐덤 선교 방식을 극복하는 방안 등에 대해 토의했다.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엔코위를 통해 재정과 프로젝트 등으로 복음을 전한 한국 선교가 새롭게 바뀌는 변곡점이 되길 기대했다. 강 사무총장은 “그동안 진행된 선교사가 현지에서 사역하고 교회가 기도와 재정으로 후원하는 선교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앞으로 현지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활용한 현지 교회 중심의 선교 사역이 대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모든 성도가 자신의 자리에서 선교적 삶을 살아내는 선교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평창=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