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출발합니다! 오른쪽이 바로 5·18 사적지 제11호 옛 광주적십자병원입니다. 당시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5·18 당시 계엄군에게 맞아 다친 시민들이 치료받거나 헌혈을 위해 팔을 내밀던 곳입니다”
광주 동구는 최근 한 달간 영화 ‘택시운전사’ 개념을 모티브로 한 역사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 ‘2023년, 다시 달리는 택시운전사’를 운영한 결과 누적 1만6000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5·18 사적지를 둘러보기 위한 택시 탑승뿐 아니라 복고풍 택시 포토존, 80년대 생활·문화 소품 전시회 등에 다녀간 총인원이다.
올해 첫선을 보인 ‘다시 달리는 택시운전사’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3일까지(평일·주말 포함) 동구 관내 5·18 사적지 16곳을 경유하는 택시 투어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택시를 직접 타고 사적지를 돌아본 인원은 600여명이다.
동구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기성세대가 아닌 MZ세대들의 관심 덕분에 택시운전사 프로그램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실제 하루 평균 20~50여 명의 택시 탑승 방문객 중 20~30대 젊은 세대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5·18에 대해 잘 모르는 서울·경기·제주 등 다른 지역을 비롯해 유학생까지 MZ세대 방문객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어렵고 딱딱한 설명 대신 35년 된 올드카(스텔라)를 타고 5·18 사적지를 둘러볼 수 있는 체험이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과 어우러져 트위터 등 SNS을 통해 주목받은 덕분이다.
충북 충주시에서 온 권희영(28)씨는 “제 생일이 5월 18일인데 광주에서 일어난 5·18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면서 “5·18 사적지를 직접 둘러보니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80년 5월 당시 조대부중 3학년이던 택시 운전사 장유정(58)씨는 사적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생생한 그 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오월 해설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장씨는 “광주를 찾은 외지인에게 오월 현장을 소개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다”면서 “한 달의 짧은 기간이지만 제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2023년, 다시 달리는 택시운전사’는 2017년 8월 개봉 이후 1000만 명의 관객을 돌파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소재로 한 것이다. 전일빌딩 245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열린마당 등에서 레트로 택시 포토존 운영, 80년대 생활·문화 소품 전시, 택시운전사와 함께하는 5·18 사적지 투어 등을 진행했다.
임택 동구청장은 “5·18 43주년을 맞아 기획한 ‘다시 달리는, 택시운전사’ 역사 체험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역사 체험형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