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전 프로야구 전망에 나선 전문가들은 ‘역대급’ 혼전이 일어날 거라 입을 모았다. 전력이 엇비슷한 팀 다수가 중위권에서 아귀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기에 외국인 농사가 여느 때보다 중요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한 달 앞둔 현시점 이 같은 전망은 대체로 맞아 들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마운드와 타선에서 제 몫을 초과 달성한 팀들은 순위표 위쪽에 자리했다. 대표적인 게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선두권을 놓지 않고 있는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다.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WAR)를 참고해 10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 작황을 줄 세운 결과표에서도 두 팀은 최상단을 차지했다.
외국인 덕에 가장 많이 웃은 팀은 LG였다. 애덤 플럿코와 오스틴 딘의 투·타 쌍끌이가 압도적이었다. 둘은 14일 전까지 합산 5.24의 WAR을 기록했다. 에이스 케이시 켈리(-0.19)의 부진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특히 팀 선발진이 흔들릴 때 굳건히 중심을 잡은 플럿코의 공이 컸다. 내로라하는 리그 정상급 에이스들을 모조리 제치고 투수 전체 1위에 해당하는 3.10으로 포효했다. 염경엽 감독이 괜히 그를 올스타 선발 후보로 내세운 게 아니었다.
SSG는 외인들이 가장 고른 활약을 보인 팀이었다. 타율 1위·타점 2위에 올라 있는 ‘쿠바 특급’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선봉에 섰고, 한 경기도 못 뛴 채 퇴출당한 에니 로메로를 대신해 영입된 로에니스 엘리아스는 단 4경기 등판으로도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커크 맥카티까지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며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세 명 모두 1 이상의 WAR을 기록했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가 그 뒤를 따랐다. 각각 에릭 페디(2.97), 라울 알칸타라(2.67)라는 걸출한 외인 에이스의 지분이 압도적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2선발로 생각했던 테일러 와이드너(-0.29)와 딜런 파일(-0.32)이 부상으로 시즌 초를 날리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도 닮은꼴 행보를 보였다.
중위권 말석을 두고 순위 다툼 중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는 외국인 활약도 비슷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제외한 두 명이 모두 음수 WAR로 시원찮은 KIA(2.43)보단 데이비드 뷰캐넌과 호세 피렐라를 보유한 삼성(2.8) 쪽 사정이 조금 나았다.
가장 흉년이 든 건 KT 위즈였다. 외인 3명의 합계 WAR이 1.1에 그쳤다. 보 슐서와 웨스 벤자민의 동반 부진 속에 앤서니 알포드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수확까진 시간이 많이 남았다. 대체선수의 활약 여하에 따라 작황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한화 이글스가 대표적이다. 버치 스미스와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모두 방출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대체 선수로 데려온 리카르도 산체스가 기대를 웃돌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다른 변수도 많다. 롯데 자이언츠는 비록 최근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시즌 초 무서운 질주로 리그 흥행을 견인했다. 외인 WAR은 KT와 별반 다를 것 없는 9위였음에도 국내 선수들의 성장과 ‘서튼 표’ 야구로 그간 선방했다. 키움은 거꾸로 다른 선수들이 아리엘 후라도와 애디슨 러셀을 받쳐 주지 못하면서 순위표 아래쪽에 위치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