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토마토 들고 온 엄마, 경찰이 돌려보낸 이유

입력 2023-06-14 13:42 수정 2023-06-14 14:23
국민일보 DB

“딸이 방울토마토를 일부 먹었지만 남은 것이라도 돌려드리겠습니다. 돈이 없어 훔쳤습니다. 죄송합니다.”

40대 여성이 방울토마토 한 팩을 훔친 혐의로 입건됐지만, 생활고 속에서 어린 딸을 홀로 키우는 안타까운 사정으로 훈방 조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4일 경찰과 경기도 구리시에 따르면 지난 4월 15일 구리시의 한 마트에서 40대 여성 A씨가 방울토마토를 훔치다 절도 혐의로 검거됐다.

경찰은 이후 CCTV 영상을 통해 A씨를 특정했다. 출석을 통보하자 그는 먹다 남은 방울토마토를 들고 경찰서에 나타났다.

A씨는 “어린 딸이 방울토마토를 먹고 싶다고 조르는데 돈이 없어 훔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마땅한 직업이 없는 A씨는 최근 이혼 후 6살 난 딸을 홀로 양육하고 있다. 전남편은 양육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A씨 사정을 고려해 지난달 30일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고 훈방 조치를 결정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경미한 사건의 피의자가 범죄 전력이 없고,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 심사를 통해 처분을 감경해 주는 제도다.

경찰 관계자는 “초범에 피해도 경미하고 피해 물품도 일부 반환한 점, 가정형편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구리시는 A씨의 상황을 파악하고 민간단체와 연계해 지원방안을 찾고 있다.

시 관계자는 “A씨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라며 “우울증 등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LH와 협의해 주거 관련 지원, 민간단체와 연계해 생계비 지원, 취업 지원책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